[설왕설래] 대변인 토론 배틀

박창억 2021. 6. 3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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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3월13일 김영삼(YS) 대통령은 예상 밖의 인물이던 이회창 의원을 신한국당 대표로 지명한다.

그 전날 늦은 밤까지 허탕 친 기자들이 여의도 당사의 김철 대변인 방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러자 김 대변인은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여권 고위인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내정 통보를 받았는지 물어봤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변인을 뽑기 위해 서바이벌 토론 배틀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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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3월13일 김영삼(YS) 대통령은 예상 밖의 인물이던 이회창 의원을 신한국당 대표로 지명한다. 당시 YS는 자신의 인사에 유난히 ‘철통 보안’을 강조했던 터라 기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취재에 애를 먹었다. 그 전날 늦은 밤까지 허탕 친 기자들이 여의도 당사의 김철 대변인 방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러자 김 대변인은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여권 고위인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내정 통보를 받았는지 물어봤다. 그러고는 최종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해 줬다. 그는 그렇게 기자들과 동고동락했고 허물없이 지냈다.

그는 뛰어난 순발력과 정곡을 찌르는 말솜씨도 갖췄다. 1995년 당 내분이 심해져 야당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내놓은 ‘내부 수리중’이라는 다섯자 논평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1996년 자민련에서 김종필 총재의 대권 계획을 담은 ‘파워 JP 플랜’이란 보고서를 공개하자, “새로 나온 휘발유 이름인 줄 알았다”고 단번에 희화화하기도 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원작자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최고의 명대변인으로 꼽히지만, 김 대변인도 그에 못지않았다.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값’이 떨어졌지만, 정당 대변인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치고 싶어 하는 자리다. 주요 회의에 참석해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데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인지도를 단번에 높일 수 있다. 그만큼 힘들고 고단한 자리이기도 하다. 수많은 출입 기자들을 밤낮없이 상대해야 하고, 수시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악역을 담당해야 한다. 거친 말을 동원하다 보니 정쟁 유발의 주범으로 몰리는 경우도 많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변인을 뽑기 위해 서바이벌 토론 배틀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국대다’라는 이름의 토론 배틀은 16강전 영상이 유튜브에서 조회수 33만회를 넘을 정도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치도 예능처럼 재미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참신한 시도다. 그러나 실제로 인재를 발탁할 수 있을지에는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명대변인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토론 능력 외에도 여러 덕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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