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넘어 인공지능에 안착하려면

2021. 6. 3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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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원 원투씨엠글로벌 대표
신성원 원투씨엠글로벌 대표
신성원 원투씨엠글로벌 대표

필자의 회사는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사업화하는 업체이다. 얼마 전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필자를 찾아 왔는데, 이 지인은 직장에 다니다가 가업인 제조업을 물려받아 태양광이나 선박 등에 필요한 부품을 개발, 제조하고 있었다. 지인은 이른바 화이트 컬러에서 블루 컬러로 변신해 직원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산업 현장에서 뛰고 있었다.

지인은 열처리 공정을 거쳐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은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공장에서 30년 동안 일해온 마이스터 공장장이 연로하여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 중 하나였다. 결국 이를 인공지능 기술로 구조를 바꾸어 보자고 논의를 했다. 5년 치의 데이터를 분석해 인공지능 예측 모형을 기반으로 결과물을 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불량률을 40% 줄일 수 있었다. 소스코드로 된 인공지능이 30년의 경험을 보유한 마이스터를 대체하게 되었으며 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이런 유사한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산업과 분야에서 앞다투어 인공지능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이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가 이러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 제반의 문제에 대해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인공지능은 기계에게 인간이 자료를 가르치는 구조가 아니다. 데이터를 많이 줄 테니 기계 스스로 판단하라는 식의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충분한 데이터와 합리적인 로직이 있으면 그 결과는 매우 우수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과 결과가 현실세계에 적용되게 되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수반된다는 보장이 없다. 심지어 인간이라면 고려하였을 것 같은 윤리적 가치나 배려의 미덕 등은 전혀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의 변화를 야기하기도 하고, 인공지능에 의한 결과를 무조건 최대의 가치로 신봉하는 풍조가 발생하기도 한다. 유럽연합은 AI적용의 윤리적 기준을 제정하여 배포함으로써 AI로 인한 인권 침해 시의 입증 책임을 서비스 제공 기업에 지우게 하고, AI의 알고리즘 자체가 차별적 요소나 비윤리적 요소가 없더라도 그 결과가 차별적 요소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업의 모니터링 체계에 대한 주의 의무를 규정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데이터 내에서 결과물을 산출하는 데서 점차 데이터의 오류를 구별해내는 데까지 발전했다. 따라서 인공지능에 윤리적 판단을 하도록 하는 머신러닝 연구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인간사회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의 데이터를 입력하고 인공지능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 관찰해 바람직한 판단을 하도록 학습시키는 것이다.

과연 인류가 인공지능을 어느 정도까지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적용 영역 선정의 고민도 필요하며, 인공지능을 적용함으로써 혹여 놓칠 수 있는 윤리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하고 많은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현실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 그로 인한 고용 문제, 환경 문제, 국제사회의 문제 등이 있었지만 누구도 이를 막을 수 없었던 것과 같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전과 그 확대로 인해 예견되고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나 산업적 문제 등에 대해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예견되는 문제를 외면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사회와 산업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고용, 노동, 복지, 교육, 국방 등 제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SF영화에서 고도의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되는 '식상한' 주제의 영화들을 수없이 보았다. 다가오는 변화에 선제 준비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은 양지보다는 음지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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