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100년, 시진핑의 비전과 현실..일국양제 허물어진 홍콩, 대만은 화약고 ④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6. 30. 15: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④화약고가 된 대만(시리즈 끝)

‘경축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 홍콩 반환 24주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하루 앞둔 30일 중국 본토 뿐 아니라 홍콩 도심 곳곳에도 창당 100주년을 알리는 홍보물과 오성홍기가 내걸렸다. 7월1일은 공산당 창당 기념일인 동시에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날이다. 하지만 올해 홍콩 반환 기념일은 공산당 창당 기념식에 가려 빛을 잃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행정수반으로는 처음 홍콩 반환 기념일 행사 대신 본토에서 열리는 공산당 창당 기념 행사에 참석한다.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0여년만에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허물어지고 있다.

‘홍콩의 중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은 이제 대만 통일도 넘보고 있다. 신장·티베트 등 소수민족 통합과 홍콩·대만 문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적 안정과 장기집권 꾀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다. 중국은 이를 내정이자 핵심이익이 걸린 문제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다. 이제 대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되고 있다.


■일국양제와 홍콩

일국양제는 서구 열강에 빼앗긴 홍콩 등을 되찾기 위해 덩샤오핑(鄧小平)이 짜낸 묘안이었다. 그는 1978년 개혁·개방 논리의 하나로 사회주의 정치제제를 핵심으로 하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병행할 수 있다는 일국양제 개념을 처음 꺼내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마가렛 대처 당시 영국 총리를 설득해 1984년 홍콩반환협정을 이끌어냈다. 마침내 1997년 7월1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고, 중국은 일국양제를 바탕으로 50년간 외교·국방을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을 홍콩에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국양제의 약속은 홍콩 반환 20여년만에 사실상 무너졌다.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했던 2014년 ‘우산혁명’과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에 반대하며 6개월 넘게 이어진 2019년 민주화 시위를 거치며 중국은 불안감을 느꼈다. 급기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난해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밀어부쳤고, 올해는 선거제를 개편해 홍콩에 대한 직접적 통제를 강화했다.

현재 홍콩의 모습은 시진핑 주석 집권으로 이미 예고됐다. 중국 국무원은 2014년 6월 내놓은 ‘홍콩특별행정구 일국양제 실천’ 백서에서 “홍콩의 관할권은 중앙에 있고, 고도의 자치권은 정부가 부여하는 만큼만 누릴 수 있다”며 “일국과 양제를 동등한 가치로 여겨선 안되고, 양제는 일국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또 “홍콩의 소수가 외부 세력과 결탁해 내정 간섭과 사회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백서의 구상이 두 차례 민주화 시위를 거치며 홍콩보안법 제정 등으로 현실화됐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백서는 옛 영국 식민지의 정치적 저항을 길들이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서 “홍콩은 이제 그의 야심을 명료하게 알게됐다”고 보도했다.


■화약고가 된 대만

대만 통일은 홍콩의 중국화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독립국가로 인식되고 있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미국과의 직접적 군사적 충돌도 불러올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요충지로 여긴다. 반대로 중국에도 대만은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끄는 데 있어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다. 대만해협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잦은 충돌을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미 해군은 매달 한 차례 이상 대만해협을 지나며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의 군사 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수시로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켜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또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했던 미국은 최근 들어 대만 관리들과의 접촉을 장려하고, 2016년 중단된 무역투자기본협정(TIFTA) 협상을 재개하는 등 대만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올해 미·일 정상회담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에서도 미국은 대만해협과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를 단골 메뉴 삼아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미국의 대만 문제 언급을 내정에 간섭하고 핵심이익을 건드리는 것으로 간주한다. 또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며 전쟁의 위험을 경고한다. 런궈창(任國强)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미국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압하려 하거나 대만이 미국에 의지해 무력으로 통일에 저항하려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중국의 완전한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고, 독립은 막다른 길로 전쟁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중국이 실제 대만을 무력 침공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필립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3월 중국이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을 맞는 2027년 이전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도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양안아카데미는 지난달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 위험지수가 -10∼10 범위 중 7.21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만 통일을 서구 열강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아 치욕의 역사를 씻고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끄는 마지막 퍼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라나 미터 옥스퍼드대 중국센터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공산당은 대만의 분리를 제국주의 압력의 산물로 인식한다”며 “그것이 대만 통일을 다른 강대국에 의한 굴욕의 끝으로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만 문제는 시 주석이 장기집권으로 가는 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전직 중국 관료인 장무성(張木生)은 “대만 통일은 당의 정통성 뿐 아니라 시 주석 개인에게도 특히 중요한 문제”라며 “그가 통치의 정당성을 대만 통일에 두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권력을 집중한다면 몇 년 더 집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당 기관지 편집장 출신인 덩위원(鄧聿文)도 “통일을 이룬다면 당의 정당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고, 이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과 비견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공산당 100년, 시진핑의 비전과 현실]

고난의 대장정으로 시작한 중국, 이제 세계 최강국 꿈꾼다

당원 53명에서 9200만명으로…100년 역사의 세계 최대 정당

빈부격차에 나자빠진 청년들…인구 절벽도 중국에 큰 위협

민주국가의 공적이 된 중국

홍콩보안법 1년만에 무너지는 홍콩의 민주주의...야당, 민주화운동, 언론 등 줄줄이 와해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