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대통령]보수학자의 김대중 평가 "세계사적 선구자..북한 경시는 아쉬워"
"DJ는 정치적 책임윤리에 충실한 정치가"
"정보화 사업은 한류 열풍 토대로 작용"
DJ '포용·화합' 비교하며 文정부 비판도
"文정부는 정치보복과 적폐청산 제도화"
“DJ는 ‘스테이츠맨(statesman·존경받는 정치가)’란 평가를 받을 만한 준비된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나라의 장기적 미래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가졌고 구체적 성과로 국리민복(國利民福·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었습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29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평생을 의회민주주의자로 일관하며 ‘공화혁명’으로 가는 길을 예비한 지도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공화혁명은 윤 교수가 공공선 등 공화적 가치의 확산이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며 언급한 개념이다. 윤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현실주의적 태도와 성과, 통합의 정치, 공화주의 신념 등을 설명하며 그를 ‘선구자적 정치가’로 정의했다. 김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선 북한 체제의 무모함을 과소평가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윤 교수는 이날 오후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How’s)에서 열린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세미나에서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주제로 비대면 화상 강의를 진행했다. 윤 교수는 대표적인 보수 성향 학자로 자유주의·민주주의·공화주의 등 정치 철학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윤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실리주의적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DJ는 절대로 외교를 감정적으로 다루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며 “국리민복을 목표로 한 정치적 책임윤리에 충실한 정치인”이라 말했다. 윤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예로 들었다. 그는 “DJ는 한일 국교 정상화가 필연이라는 것을 알고 1964~1965년 당시에도 박정희 정부의 한일협정을 비판적으로 지지했다”며 “DJ는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후 미·중·일·러 4강대국과 모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세계적 지도자로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또 김대중 정부가 정보화 사업에 집중한 것이 현재의 한류 열풍의 기초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IT산업 지원, 지식정보화 사업 전면화 등을 통해 우리가 산업혁명에선 뒤떨어졌지만 정보혁명에선 앞서나갈 수 있었다”며 “정보 고속도로의 인파를 선견지명을 갖고 구축했기 때문에 지금의 한류가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언급했다. 윤 교수는 “고급문화가 됐든 대중문화가 됐든, 정보 통신 혁명 덕분에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한국의 문화가 광범위하게 침투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소개하며 문재인 정부의 ‘적대 정치’, ‘비(非)자유주의성’ 등을 비판했다. 그는 “DJ는 자신을 죽이려 한 박 전 대통령을 위한 기념관 건립에 앞장섰고 시종일관 의회주의자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며 “이것이 친구를 늘리고 적을 줄이는 ‘최대 연합의 정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적대와 배제의 정치로 일관한다”며 “정치보복과 적폐청산을 제도화 중”이라 꼬집었다.
윤 교수는 “사회경제적인 자유야 말로 실질적인 자유인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은 우리의 사회경제적 자유를 무의미하게 탕진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김 전 대통령의 ‘책임 정치’와 문 대통령을 대조했다. 윤 교수는 “DJ는 국리민복을 목표로 한 정치적 책임윤리에 충실한 대표 정치인이었다”며 현실 정치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DJ 이후 공화정의 위기가 오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법에 의한 지배’가 ‘법의 지배’를 압도하고 있다”며 “법치가 해체되고 있고 인치(人治)가 부활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인 ‘햇볕 정책’에 대해 “한국 정치인이 생각할 수 있는 최대수준의 관여정책이었다”면서도 “북한의 엄중함에 대해선 경시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햇볕 정책은 이전까지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이 아닌 북한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대폭 늘리는 유화책이다. 윤 교수는 “DJ는 북한에 너무나 설득력 있는 제안을 했지만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향한 질주를 한순간도 멈춘 적 없다는 것이 사후적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중대한 정치적 오류로 귀결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 발제자로 나선 홍석빈 시대전환 랩(LAB) 원장은 “DJ가 발굴한 많은 정치세대들이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라며 “현재 대한민국 정치나 사회경제 실패는 진보 진영 586 정치인들의 실패가 아닌가. DJ는 제대로 후배들을 양성해 채찍질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정치적 후배 세력을 기르지 못했다는 예리한 지적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는 “불가피한 시대적 상황이 있었지만 정치자금이나 아들들의 비리 문제 등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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