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학부 → SKY 로스쿨 → 대형 로펌 취업' 공식화 [연중기획-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
6대 로펌 신입 변호사 77%가 SKY 출신
출신 학부 역시 SKY 일색 더 큰 문제
SKY 아닌 신입도 거의 서울 로스쿨 졸업
SKY 출신 + 비 SKY 서울 출신이 95%
서울 로스쿨 입학 못하면 6대 로펌 '별따기'
법조 인력 다양화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대학 줄세우기 조장·'현대판 음서제' 논란
계층사다리 늘리기 위해 만든 로스쿨이
되레 사다리 치우고 계층 고착화 수단으로
"변호사시험, 자격시험으로 전환 등 개혁을"

2007년 7월3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법이 통과될 때만 해도 이 같은 기대가 현실로 이뤄질 것이란 장밋빛 희망이 있었다. 2009년 로스쿨 체제가 본격 출범하고 11년이 지난 현재, 로스쿨은 다양성 함양 대신 ‘현대판 음서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9일 세계일보 조사 결과 올해 6대 로펌 신입 변호사 10명 중 7명은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출신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출신 학부 역시 SKY 일색이었다. ‘SKY 학부→SKY 로스쿨→대형 로펌 취업’이 공식처럼 굳어진 것이다. 대학별 전문분야를 키우고, 학생은 원하는 분야에 특화된 로스쿨에 진학해 법조 인력을 다양화한다는 이상적 로스쿨 모델은 온데간데없고 고질적인 ‘대학 줄세우기’와 학벌주의만 악화된 모양새다.
법조계에선 “로스쿨의 존재 의의를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들린다. 전문가들은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6대 로펌 신입, SKY 로스쿨 출신이 77%



대형 로펌 취업자가 SKY 로스쿨 일색인 것보다 더 큰 문제는 SKY 로스쿨 입학자 대다수가 SKY 학부 출신이라는 점이다. 20살 안팎에 SKY에 입학하지 못하면, 대형 로펌 취업길이 사실상 막히는 셈이다. 계층사다리를 늘리기 위해 만든 로스쿨이 오히려 사다리를 치워버리고, 다양한 진로 모색이나 인생 역전을 꿈꾸기 힘들게 만드는 형국이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올해 전국 24개 로스쿨(인하대 제외)을 상대로 ‘2021학년도 입학생의 출신대학 자료’를 받은 결과, SKY 로스쿨에 입학한 SKY 대학 출신은 87.1%였다. 학교별로 보면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 153명 중 138명(90.2%), 연세대 신입생 126명 중 108명(85.7%), 고려대 신입생 124명 중 105명(84.7%)이 SKY 학부 출신이다. 자연히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들의 출신 학부도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올해 대형 로펌 5곳(김앤장·태평양·세종·율촌·화우) 입사자 중 80.6%는 SKY를 졸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조계에선 로스쿨 제도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법조인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바꾸는 등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변호사시험은 암기 위주에다 합격률이 정해져 있어, 로스쿨에 다니는 3년 내내 시험 준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를 자격시험화하면 학생들이 관심 있는 전문분야를 3년 동안 파고들 여유가 그나마 늘어날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기대한다. 각자 전문분야를 기르면 출신 학부·로스쿨의 ‘서열’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질 수 있다.
방효경 변호사(법무법인 피앤케이)는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 되면, 학교에서 변호사 시험공부는 최소화로 하고 남는 시간에 전문분야를 공부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SKY 로스쿨이 아니어도) 대형 로펌 내 전문팀에 가는 게 가능해진다”고 했다.
교사 출신의 박은선 변호사도 “변호사시험의 합격률 통제가 (현 상태의) 근본 원인”이라며 “‘변호사시험만 붙자’는 생각으로 공부하다 보니 전문성에 대한 중요성이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잠깐 타올랐던 ‘방통대 로스쿨’ 논의도 대안 중 하나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방송통신대학교에 로스쿨을 설치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법학 학점 12점 이상만 이수하면 방통대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현재까진 통과 가능성이 낮지만, 방통대 로스쿨이 실현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변호사로 유입될 길이 늘어난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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