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프랑스와 2021년의 대한민국[광화문]

김경환 정책사회부장 2021. 6. 30. 05: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석사를 마칠 때쯤 유학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당초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도 교수님의 추천으로 우연히 프랑스로 눈을 돌리게 됐다.

경제학 분야 가운데 산업조직론(게임이론) 전공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때마침 프랑스에 장 자크 라퐁, 자크 크레머, 장 티롤 등 당대 게임이론의 대가들이 모여 있는 학교가 있었다. 프랑스 툴루즈에 있는 TSE(Toulouse School of Economics)란 학교로 당시 (자존심이 센)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영어로 강의를 하는 경제학 대학이었다.

2000년 쯤이었다. 프랑스에 발을 딛기 전까지 해외를 나가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처음 프랑스에 발을 디뎠을때 낯선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고풍스러운 위압감을 가진 건물들과 낯설은 골목길들의 향연.

생활 방식도 달랐다. 한국에서처럼 점심시간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 점심시간인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은행지점이 문을 닫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은행 문을 오전 10시쯤 열고 오후 3시반쯤 닫으니 실질적으로 은행 일을 볼 수 있는 시간은 4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가게들도 오후 7시가 되기 전에 문을 닫았다. 편의점은 아예 없었고 저녁에 문을 여는 곳은 식당과 술을 파는 바 정도 밖에 없었다. 물론 밤 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들도 있었다. 주로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정가보다 2배 가량 비싼 가격으로 맥주 등을 팔았다.

툴루즈는 프랑스에서도 4번째로 큰 도시였다. 비교하자면 한국에서 대전 정도 되는 도시였다. 대도시임에도 점심시간 2시간쯤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챙겨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한 것이란다. 그러고도 저녁 5시나 5시30분쯤 여유롭게 퇴근했다. 물론 한국처럼 저녁 회식은 없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송년 회식 정도가 있는데 그것도 보통 점심때 한다고 했다.

더 큰 문화충격은 당시 주 4일 근무가 이미 보편화돼 있다는 것이었다. 직장인 중 수요일 쉬는 사람들이 많았다. 프랑스 대부분 학교가 수요일에는 휴교를 하거나 오후 수업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선택이란다. 프랑스에서는 주 35시간 근로제가 실시되고 있었다.

선진국이었던 프랑스의 경제가 그래도 유지되는지 궁금했다. 프랑스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오래 일한다고 능률이 오르는 건 아니다. 근무시간을 줄여도 집중해서 일해 생산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쉬어야 일도 더 잘하게 된다는 논리였다. 대신 직원들은 업무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등 결과에 대해선 엄격하다고 전했다.

직장에 다니시던 아버지 모습과 교차됐다. 대기업에 다니셨던 아버지는 매일 아침 7시면 집에서 나갔고 회식이 없는 날에도 오후 8시30분은 돼야 집에 들어오셔서 늦은 저녁을 드셨다. 토요일도 휴일이 아니어서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오후 4~5시쯤 퇴근하던 시기였다.

대한민국은 이제야 변화가 한창이다. 오래 일하던 관행이 자리를 잡다 보니 주당 68시간 근로제에서 주 52시간(40시간+12시간) 근무를 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데 이어 2020년 1월부터 50~299인 사업장에 도입됐다. 오는 7월부터는 5~49인 사업장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지난해부터는 대한민국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이젠 인력을 값싸게 이용하는 관행도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결국 노동의 효율성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적은 시간을 일하게 될텐데 집중적으로 일해 생산성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리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근무시간이 줄어야 신규 고용이 늘어날 여지도 생긴다. 프랑스에선 정부가 줄어드는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감소분을 보전해줬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대전환에 직면해 있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알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한다.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김경환 정책사회부장
[관련기사]☞ '방탄 지민' 닮으려 18번 성형한 英청년…"드디어 한국인 됐다"김사랑, 배꼽티+밀착 쇼츠 패션..."40대 몸매 맞아?"손정민父 "아들이 꿈에 나타나…이별해야 하는 거 아는 것 같아"'월수입 1300만원' 女 덤프트럭 기사, 확 달라진 비주얼 '깜짝'"유명해지면 끌어내려라"…학폭 가해자 사과에 이수근 '분노'
김경환 정책사회부장 kennyb@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