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인사이드] 예측불가 장맛비.. 최악 염두에 두고 적극 예보해야 피해 줄인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교수 2021. 6. 30.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마는 시작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제 장마가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은 6월 말이다. 현재 장마전선은 한반도 남쪽에 치우쳐 있다. 5호 태풍 ‘참피’가 일본으로 북상하면서 장마전선을 밀어 올리고 있지만, 장마전선이 한반도까지 북상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여름 역대 가장 긴 장마

장마전선 北上에 시간 더 걸릴 듯

‘장마’. 남쪽의 열대성 기단과 북쪽의 한대성 기단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일명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여름철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를 일컫는다. 어려운 정의다. 사실 장마를 설명하는 데 기단이나 전선 같은 전문적인 표현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장마는 그저 여름철 오랜 기간 내리는 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장마’라는 말은 16세기부터 쓰였다. 문헌에 ‘댱마’ 혹은 ‘댱마ㅎ’로 표현됐다. ‘댱’은 길다를 의미의 한자어 ‘장(長)’에서 비롯됐다. 반면 ‘마’ 혹은 ‘마ㅎ’는 어원이 불분명하다. 아마도 ‘비’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오래전부터 여름철 ‘오래 내리는 비’를 장마라고 불렀던 것이다. 기상학적으로 장마를 남쪽의 북태평양기단, 북쪽의 오호츠크해기단과 연관 지은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수백 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장맛비를 잘 이해하고 있을까? 과학적으로 큰 발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인공위성, 레이더, 항공 관측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 구름의 발달 과정과 강수 과정이 이해되었다. 그러나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다. 비구름이 언제 어떻게 발달하는지 잘 모르다 보니, 비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강수예보 정확도 90%’의 맹점

그렇다면 전 세계 주요 기상청의 강수예보 정확도는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90%가 넘는다. 일기예보가 틀려서 낭패를 본 적 있는 사람들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숫자다. 강수예보 정확도가 체감하는 것과 차이가 큰 이유는, 예보 정확도 평가에 비가 오지 않은 날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비가 내린 날을 정확히 예측한 경우뿐만 아니라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을 제대로 예측한 경우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맹점이 있다. 만약 비가 오는 날과 비가 오지 않는 날이 50대50이 아니라면 예보 정확도는 손쉽게 50% 이상이 될 수 있다. 사막을 생각해보자. 누구나 1년 내내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할 것이다. 이 경우 1년간 예보 정확도는 100%에 육박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비가 오는 날보다 오지 않는 날이 훨씬 많다. 작년 한 해 동안 서울에 비나 눈이 온 날은 106일에 불과했다. 6~9월, 총 57일 동안 비가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여름철을 제외한 다른 계절에는 강수가 별로 없었다. 만약 서울에 비가 안 온다고 1년 내내 예보했다면(마치 사막처럼) 예보 정확도는 무려 70%가 된다. 동전 던지기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다.

며칠 전 강수 예측도 사실상 ‘불가능’

문제는 비가 오는 날을 정확하게 예보하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예보 정확도는 얼마나 될까? 아쉽게도 50%가 되지 않는다. 비단 우리나라 기상청의 문제가 아니다. 기상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 그리고 유럽의 기상청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넓은 지역에 장기간 비가 내리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내리는 비를 하루 혹은 이틀 전에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리 관측 자료가 개선되고, 수치 모델(일기예보를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발달하고, 인공지능 기술이 향상되더라도 수시간 만에 발달했다가 사라지는 비구름을 며칠 전에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정확한 강수예보가 어렵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중 하나가 예보를 자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10일 중기 예보보다는 2일 단기 예보가 더 정확하다. 만약 매 시간 단기 예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유관 기관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면 장마철 호우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틀 전 오차가 큰 예보를 하루 전, 12시간 전, 6시간 전, 3시간 전 혹은 1시간 전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좀 더 정확한 예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소극적인 예보보다는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둔 적극적인 예보가 필요하다. 경제학의 게임이론에는 ‘최소최대’라는 개념이 있다. 근래에는 인공지능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집중호우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집중호우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물론 집중호우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집중호우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의 손실보다, 실제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입을 수 있는 막대한 피해를 고려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집중호우, 2010년대 연 10.3회로 늘어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벌써 장마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장마가 남긴 상처가 컸기 때문이다.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던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마가 온 나라를 휩쓸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7년 동안 장맛비가 평소보다 적었기 때문에, 2020년 역대급 장마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국적으로 강력한 집중호우가 빈번했고, 늦여름에 접어들어서는 무려 4개의 태풍이 연달아 한반도에 큰 비를 뿌렸다. 이로 인해 제방이 무너지고, 다리가 붕괴하고,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집중호우와 태풍에 의한 재산 피해는 1조2500억원이 넘었다. 인명 피해도 46명에 달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피해(재산 약 4000억원, 인명 14명) 대비 3배가 넘는 큰 피해였다.

안타깝게도 장마철 집중호우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70년대 연평균 6.9회였던 집중호우는 2010년대 10.3회로 증가했다. 그리고 증가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집중호우 피해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과잉 예보라 할지라도 더 적극적인 강수예보가 필요한 이유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