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소명' 선언한 尹, 정치력 시험대 올라
당연한 말이다. 특정 정당의 후보로 대국민 공약을 발표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정치지도자가 대통령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불행은 그 자리에 오르는 순간 정치인과는 다른,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돼 버리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 안보와 국익을 책임지고 정부 정책을 관장하는 대통령이 특정 정파를 대변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을 뽑지 않은 국민들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국가 최고지도자이니 그에 걸맞은 ‘고도의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갈등이 부딪치고 터지는 곳이 여의도이니 늘 난장(亂場)일 수밖에 없다. 국회나 야당을 질타한다고 갈등이 해결된 적이 있던가. 거대 의석의 힘으로 정책을 밀어붙여 성공했나.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 갈등만 깊어졌다. 최종적으로 갈등의 조정자여야 할 대통령이 정치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사회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타협하는 것뿐이다. 소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이번 대선은 이례적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어제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독립선언하듯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그제 최재형 감사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권 도전의 길을 열어놓았다. 정권에 복무한 검찰총장, 감사원장 출신이 야권 후보로 나서는 비정상적 상황을 만든 건 문재인정부의 최대 패착이다.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고 몰아붙인들 자신들이 그간 자행한 중립성 훼손 이력을 부각시킬 따름이다. 윤석열, 최재형이 비토했던 김오수 검찰총장 체제의 권력수사 뭉개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그들이 대선에 나갈 자격이 되느냐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두 사람 모두 ‘소명’을 강조한다. 윤석열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의 가치 수호’를, 최재형은 ‘국가 미래를 위한 역할’을 언급했다. 윤석열은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며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왜 본인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소명의식에 압도돼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건 아니길 바란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정치의 복원이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반(反)정치’ 행보로 깜짝 인기를 얻었던 이들은 거품과 함께 사라졌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권력게임이다. 소명도, 민생도 제도권 정치 안에서 타협과 설득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평생 시시비비를 따지며 ‘단죄’의 영역에서 경력을 쌓은 윤석열은 어제 출마 선언으로 ‘정치인 윤석열’이 됐다. ‘반문재인 연대’가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치열한 갈등 현장에서 정치력이 드러난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 요행은 없다.
황정미 편집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성년 남학생과 술 마시고 성관계한 여교사 되레 ‘무고’
- "北남녀 고교생, 목욕탕서 집단 성관계" 마약까지...북한 주민들 충격
- “배현진과 약혼한 사이" SNS에 올린 남성, 재판서 혐의 인정
- “영웅아, 꼭 지금 공연해야겠니…호중이 위약금 보태라”
- 술 취해 발가벗고 잠든 여친 동영상 촬영한 군인 [사건수첩]
- 백혈병 아내 떠나보내고 유서 남긴 30대...새내기 경찰이 극적 구조
- 제자와 외도한 아내 ‘사망’…남편 “변명 한마디 없이 떠나”
- “정준영, 내 바지 억지로 벗기고 촬영…어둠의 자식이다” 박태준 발언 재조명
- “내 친구랑도 했길래” 성폭행 무고한 20대女, ‘녹음파일’ 증거로 덜미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