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21세기 문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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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를 세운 홍무제는 출신이 미천했다.
문자옥이란 옛날 중국에서 황제가 싫어하는 글자를 사용했다는 죄목으로 처벌한 사건을 가리킨다.
아무 문제가 없던 이 글도 문자옥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문자옥과 관련된 관행이 황제의 이름 글자를 쓰지 못하게 하는 국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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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족의 청 왕조는 한족 지식인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문자옥을 활용했다. 옹정제 때 장쑤성 향시에서 한족 관료가 ‘시경’의 유민소지(維民所止)라는 구절을 시험문제로 출제했다. 유민소지는 ‘백성이 머물러 사는 곳’이란 뜻이다. 아무 문제가 없던 이 글도 문자옥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유(維)와 지(止)가 옹정(雍正)의 윗부분인 ‘亠’과 ‘一’을 떼어 만든 글자라는 것이다. 황제의 머리를 잘랐다는 죄목으로 출제관의 목이 달아났다.
문자옥과 관련된 관행이 황제의 이름 글자를 쓰지 못하게 하는 국휘다. 관세음보살이 관음보살로 변한 것은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세(世)를 피하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대구의 지명에서 구(丘)가 구(邱)로 바뀐 것도 마찬가지다. 유교사회에서 성인 공자의 이름 구(丘)를 감히 부를 수 없었던 까닭이다.
홍콩의 온라인매체 입장신문은 27일 “홍콩에 ‘문자옥’이 왔다”고 선언했다. 이 신문은 이날부터 모든 칼럼을 내리고 신규 구독신청 접수를 중단했다. 최근 폐간된 빈과일보의 펑와이쿵 논설위원은 공항에서 체포됐다. 현재 체포되거나 출국금지당한 홍콩 언론인은 50여명에 이른다.
‘바다 건너 불’이 아닌 듯싶다. 여당의 최고위원은 작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김영삼이 발탁하고 노무현을 지켜냈고 문재인이 가져다 쓴 김영춘”이라는 응원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친문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에서 존칭을 생략했다는 이유였다. 한겨레신문은 대통령 부인을 김정숙씨로 썼다가 문파에게 혼쭐이 났다. 자사의 ‘씨’ 표기 원칙에 따른 것이었으나 결국 백기를 들고 ‘여사’로 바꿨다. 21세기 대한민국에 등장한 문자옥 망령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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