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에 맞선 ‘백신의 힘'... 영국 확진 2만명, 사망은 단 3명

5개월 전과 확진자 수 비슷하지만 사망자는 400분의 1 수준
최근 확진자는 백신 맞지 않은 젊은 층 중심

영국의 보건당국자들이 지난 6월23일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하여 언론브리핑을 하고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인도발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영국에서 하루 신규 코로나 확진자가 2만3000명에 육박해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사망자는 3명에 그쳐 백신의 위력이 입증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8일(현지 시각) 영국의 확진자 수는 2만2868명으로 지난 1월 30일(2만3275명) 이후 최고치였다. 그러나 사망자 수는 3명에 불과해 1월 30일(1200명)의 400분의 1 수준이었다. 확진자 숫자는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 사망자 수는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원인으로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백신의 효과를 꼽았다. 영국에선 27일 기준 성인의 84.4%가 백신을 한 번 이상 맞았고 2차례 모두 맞은 성인도 62%에 달한다. 주요국 중 캐나다에 이어 백신 접종률 세계 2위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영국 내 델타 변이 확진자 대부분은 백신을 맞지 않은 젊은이들이라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의 평균 연령은 1년 전 49세에서 최근 24세로 급감했다. 신규 확진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19세 미만이 29%, 20대가 34%다.

특히 좁은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10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는 “최근 2주 10대 학생 확진자가 두 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자가 격리에 들어간 학생 수도 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영국에선 17만2000명이 감염 혹은 자가 격리로 결석했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전체 학생의 2.3%에 달한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지난 18일 백신 접종 연령을 기존 25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추고, 축구장 등에 대형 접종센터를 추가로 만들며 젊은 층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1~2차 유행 때와는 달리 코로나로 입원하는 환자의 수도 많지 않다. 2차 유행 시기인 지난 1월 영국의 전체 9만6000개 병상 중 3분의 1에 달하는 3만 4000개 병상이 코로나 환자였다. NHS 최고경영자 사이먼 스티븐스 경은 “현재는 전체의 1%인 993개의 병상만이 코로나 환자로 채워지고 있어 훨씬 나은 위치에 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구체적인 수치로 백신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잉글랜드 공중보건국과 케임브리지대학은 백신 접종이 720만명의 코로나 확진과 2만7000명의 사망을 예방했다는 공동 연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영국 내 총확진자는 현재 누적 확진자 수(475만)보다 720만명 많은 1195만명에 달했을 것이고, 사망자 숫자도 지금(12만8000여 명)보다 2만7000여 명이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뜻이다. 잉글랜드 공중보건국의 백신 책임자인 매리 렘지 박사는 “끔찍한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연구가 입증해준다”고 말했다.

영국은 델타 변이 확산세 속에 백신의 효력이 입증된 만큼 예정대로 다음 달 19일 코로나 봉쇄 조치를 모두 해제할 예정이다. 사지드 자비드 신임 보건장관은 “확진자 수와 달리 사망자 수는 자비롭게도 낮아 예정대로 봉쇄 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6인 이상 모임 금지 규정이 철폐되고 다중 시설들의 운영도 완전히 정상화된다. 영국 정부는 또 올가을 학기부터 학교에 확진자가 나와도 다른 학생들을 격리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