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못 간 GTX-D..김포~용산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남아

이승엽 2021. 6. 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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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경제성 측면서 강남 직결 무리 판단
정책 일관성 한순간에 훼손하기 어려워
내년 대선이 변수.."계획 단계라 변경 여지 있어"
29일 오후 경기 김포시 구래동의 한 아파트에 GTX-D 연장 요구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가 서울 강남 직결 대신 GTX-B 선로 공유를 통한 용산 직결로 확정됐다. 정치권의 압박과 지역 주민의 반발에 고심을 거듭한 정부가 내놓은 나름의 절충안이다. 국가 차원의 장기계획을 뒤집어 한 노선에 수조 원의 추가 예산을 반영하는 건 애초부터 어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철도산업위원회를 열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심의·확정했다. GTX-D 노선은 지난 4월 공청회에서 발표한 김포 장기~부천종합운동장 구간에서 신도림역과 여의도역을 거쳐 용산역까지로 늘어났다.

주민들이 요구한 강남 직결이 무산된 건 지역균형발전과 경제성 차원에서 부적합한 측면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별도로 건의한 GTX-D 노선을 위해선 각각 6조4,000억 원과 9조5,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기존 예산안(2조2,000억 원)의 3, 4배에 이른다. 4차 철도망 계획 신규사업에 투입되는 총 예산이 58조 원인데, 노선 하나에 10조 원 가까운 금액을 투입하는 건 정부로서는 큰 부담인 데다 형평성 우려도 적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안별 경제성, 총사업비, 국가균형발전 등 정책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각 사업뿐 아니라 전체적인 계획 측면에서 살폈다"고 설명했다.


"국가 장기계획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기 어려워"

GTX-D 노선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부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장기 계획을 손바닥 뒤집듯 단번에 뒤집을 수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4차 철도망 계획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진행할 '철도망 청사진'이다. 관계부처를 비롯해 당정청 차원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사안을 공청회 이후 한 달여 만에 수정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GTX-D 노선을 강남 직결로 수정하는 건 오랫동안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세운 중장기 계획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부정하는 것이 돼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GTX-D가 사실상 GTX-B(인천 송도~남양주 마석)의 지선처럼 되자 사업성이 떨어지는 GTX-B에 김포와 검단 지역 교통 수요를 얹으려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1년 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GTX-B는 수년간 예비타당성조사, 민자 적격성 조사에서 연거푸 낮은 점수를 받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GTX-B의 여유 선로용량이 170회 이상이라 GTX-D와 노선을 공용해도 선로 부족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포 아파트값 상승세 꺾여...내년 대선 공약 '재등장' 가능성도

28일 오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인천서구연합회 관계자들이 GTX-D 인천시 원안 및 서울 지하철 2·5호선 서구 연장 관련 주민 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김포와 검단 주민들의 성난 민심이다. 정부는 서울지하철 5호선의 김포·검단 연장을 추가검토 사업에 반영하고 김포골드라인 추가열차 투입, 광역버스·BTX 확충 등 반발을 달래기 위한 '당근'을 준비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집값 역시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4월 국토부의 GTX-D 노선안 발표 이후 김포 일대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가 꺾이는 등 하락세가 뚜렷하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김포시 장기동 청송현대홈타운2단지 전용 84㎡는 4월 3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인 4억7,700만 원보다 1억 원 가까이 떨어졌다. 김포 장기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GTX-D가 서울 강남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이 줄면서 호가가 치솟았다"며 "당장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빠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GTX-D 노선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승필 서울과기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철도망 구축계획은 10년 개발의 '구상'이지 확정안은 아니다"라며 "기재부의 중기재정계획,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민자 적격성 조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내년 선거공약으로 등장해 5년 뒤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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