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 깃발만 들고 나선 대선 출정식

성한용 2021. 6. 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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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뉴스 분석] 윤석열 출마 선언
"정권교체에 앞장" 소명론 펼쳐
'왜 윤석열인가' 본격 검증대 올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29일 회견에서 기자들의 핵심 질문은 ‘왜 당신이 대통령을 해야 하는가’였다. 윤석열 전 총장은 “무너진 법치와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정확한 답변은 모두발언에 들어 있다.

“공직 사퇴 이후에도 국민들께서 사퇴의 불가피성을 이해해주시고 끊임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그 의미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 더 이상 집권을 연장하여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정권을 교체하는 데 헌신하고 앞장서라는 뜻이었습니다.”

‘국민이 나를 계속 지지하고 성원하는 것은 정권교체에 앞장서라는 뜻’이라는 의미다. 여론조사 소명론이다. 정권교체 소명론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언제부터 대선 출마를 생각했을까? 검찰총장을 하면서 대선 경쟁자들을 미리 제거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검사 시절 그가 했던 말 중에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나의) 정무감각은 꽝” 등이 있다. 정치인의 언어가 아니다. 그는 철저한 검찰주의자였다.

그의 검사 인생이 궤도를 이탈한 것은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무리한 수사 착수였다. 정권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2019년 말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야권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자릿수에 머물던 지지도는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두자릿수로 올라섰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야권 주자들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던 상황이었다. 야권의 대안 부재가 윤 전 총장의 기회로 작용했다.

그 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검찰총장 징계 청구가 윤 전 총장을 더욱더 높이 밀어 올렸다. 윤 전 총장 인지도와 지지도가 동반 상승했다.

올해 3월 초 검찰총장 사퇴는 ‘별의 순간’이었다. 한국갤럽 3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도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은 24%로 급상승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그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윤석열 양강 구도가 지속하고 있다. 자동응답방식(ARS) 여론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이 지사를 앞선다.

윤 전 총장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그는 여론조사에 의해 호출됐고 여론조사에 의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따라서 그의 앞날도 여론조사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이른바 ‘엑스(X)파일’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근 자꾸 떨어지고 있는 수치는 그에게 불길한 징조다. 29일 대선 출마 선언으로 만회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날 회견에서 윤 전 총장이 사용한 표현은 듣기만 해도 섬뜩하다.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좌절과 분노”,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약탈”, “기만과 거짓 선동”, “부패완판” 등이다.

문재인 정부를 싫어하는 야당 지지자들은 속이 시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윤 전 총장에게서는 경제·복지, 외교·안보에 대한 가치·노선·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회견에서도 ‘초고속 정보 처리 기술’, ‘국제 분업 체계’ 등을 언급했지만 공허했다. 그냥 “공정과 상식,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을 몰아내고 내가 대통령 되면 다 잘될 것”이라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윤 전 총장이 지금 들고 있는 깃발의 이름은 ‘반정치주의’와 ‘반문재인’일 것이다. 반정치주의는 우리 대선에서 아직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1992년 정주영, 2012년 안철수의 실패 사례가 선명하다. 2022년 3월9일 대선에 문재인 대통령은 출마하지 않는다.

윤 전 총장은 이제부터 홍준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과 대한민국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세 사람은 지난 대선에서 2·3·4위를 했던 강자들이다. ‘검찰주의자 윤석열’, ‘초보 대선주자 윤석열’이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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