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그라운드' 제작 크래프톤, 상장 앞두고 몸집 키우는 까닭
희망 공모가, 시총 35조원 넘어
대장주 엔씨소프트의 2배 육박
거품 논란 잠재우기 의도로 분석
[경향신문]
다음달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게임사 크래프톤이 게임 제작 외 사업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적재산(IP) 발굴 및 확장, 딥러닝, 엔터테인먼트 등 비게임 사업에도 과감히 투자하며 ‘공모가 거품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크래프톤은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사 ‘띵스플로우’를 인수했다고 29일 밝혔다. 2017년 6월 설립된 띵스플로우는 기술과 콘텐츠의 융합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이다. 캐릭터 IP 기반 채팅형 콘텐츠 플랫폼 ‘헬로우봇’을 서비스 중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헬로우봇은 MZ세대의 큰 지지를 얻으며 지난 5월 기준 누적 앱 사용자가 40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인터랙티브 스토리 게임 ‘스토리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이번 인수를 통해 미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자회사 비트윈어스를 설립해 이번달 VCNC의 ‘비트윈’ 사업부를 인수한 것도 그 일환이다. 비트윈은 세계 첫 커플 메신저 서비스로 누적 이용자가 3500만명에 이른다.
크래프톤은 띵스플로우가 보유한 콘텐츠 제작 역량 및 노하우를 비트윈과 결합해 기존 서비스의 확장은 물론,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크래프톤은 인도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로코’의 시드 라운드 투자에도 참여했다. 로코는 인도 최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포켓에이스’로부터 독립한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크래프톤은 “인도 내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로코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다양한 투자자들과 함께 900만달러(약 101억원)의 시드 라운드 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의 이 같은 공격적인 외연 확장 이면에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일 상장 심사를 통과한 크래프톤은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암초에 부딪쳤다. 시장에선 높은 공모가를 정정 요구 원인으로 추정했다. 크래프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희망 공모가액은 주당 45만8000~55만7000원으로, 시가총액은 35조736억원에 육박했다. 엔씨소프트(약 18조원)나 넷마블(약 11조원)은 물론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약 22조원)과 비교해도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래프톤의 대표작은 배틀그라운드다. 2017년 출시한 배틀그라운드는 PC와 콘솔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7500만장 넘게 팔렸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 누적 다운로드 수 10억건을 돌파했다. 문제는 배틀그라운드 외에는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다는 점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게임사업 이외에는 이렇다 할 수익원이 없는 데다, 배틀그라운드의 매출 절반 이상이 중국 시장에서 나오는 만큼 정치적 상황에 민감하다는 점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며 “수익 모델 다각화와 인도 시장 진출을 통해 단일 게임 리스크를 줄여 고평가 우려를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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