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서 '조선 유물' 우르르..한글 금속활자 등 1600여 점

이선화 기자 2021. 6. 2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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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2018년) : 자네는 조선의 시간을 만들고 조선의 하늘을 열었네.]

[앵커]

세종대왕이 꿈꿨던 과학, 물시계와 천문시계,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유물들이 서울 인사동에서 한꺼번에 나왔습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한글 금속활자를 비롯한 1600여 점의 활자입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금속활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을해자'보다 20년 앞선 걸로, 이 시기가 확실하다면 구텐베르크보다 앞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인정받게 됩니다.

이선화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종로 한복판인 이곳은 탑골공원 맞은편이고 인사동 초입쯤 되는데요.

이 가림막 안쪽에서 조선 초기 금속활자를 비롯한 유물이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손톱만한 활자 1600여 점이 이 항아리에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600점이 넘는 한글 활자는 훈민정음을 만들 당시 사용된 '동국정운'식 표기법으로 되어 있어 꽤 이른 시기에 제작됐음을 보여줍니다.

[백두현/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 금속활자로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 틀림이 없다.]

한자 활자는 1440년대, 서구 최초로 활판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보다 앞선 시기 만들어진 '갑인자'로 보고 있습니다.

항아리 속에는 물시계 부품도 들어 있었습니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2018년) : 잣대를 부력으로 밀어 올려 구슬을 떨어뜨리게 하는 원리이옵니다.]

세종 때의 옥루나 중종 때 새로 설치한 보루각 자격루에 쓰인 걸로 보입니다.

이밖에 소형화기인 총통, 또 낮에는 해시계로,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케 했던 천문시계 '일성정시의' 등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유물들도 나왔습니다.

종로 한복판에서 세종대왕의 과학박물관이 솟아오른 셈입니다.

[옥영정/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실물을 보자마자 너무나 감격스러웠습니다. 과학기술사적인 의미가 있고 세계 인쇄사적인 의미가 있고…]

발견된 곳은 서울 종로2가 사거리의 북쪽, 민가의 창고가 있던 곳인데, 왜 이런 귀한 유물들이 묻힌 건지는 의문입니다.

활자를 제외하곤 모두 일정한 크기로 부러져 있어 누군가 일부러 묻은 걸로 보입니다.

[오경택/수도문물연구원장 : 일정한 크기로 잘라져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묻으셨는데 무슨 급박한 상황이 있어서 이걸 되찾지 못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값나가는 금속을 녹여 재활용하기 위해 묻었거나, 임진왜란 때 급히 묻고 되찾지 못했을 거라고 추정되는데, 도심의 이 보물창고는 앞선 우리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와 함께 많은 이야깃거리를 전해줄 걸로 기대됩니다.

(화면제공 : 문화유산채널·롯데엔터테인먼트)
(영상디자인 : 신재훈·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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