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사면 왜 지수가 떨어질까.. 순매수 77일 중 51일 주가 하락

홍준기 기자 2021. 6. 2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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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 늘었지만 외국인에 밀려"
외국인은 상승 64일 중 44일 매수
코스닥도 비슷.. "정보력 차이"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기관과 맞서면 주가는 어떻게 될까. 29일 코스피 시장은 이런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날 개인 투자자들은 1조230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500억원, 68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결과는 개인의 판정패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5% 하락한 3286.68로 장을 마감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개인이 순매수에 나선 날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은 국내 증시에서 낯설지 않다. 한국거래소가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가 상승한 64거래일 중 개인이 순매수한 날은 26일(40.6%)에 불과했다. 나머지 38일은 개인이 팔자에 나섰는데도 코스피가 올랐다.

반면 외국인은 승률이 높다.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가 상승한 64일 중 44일(68.8%)을 순매수했다. 올해 개인들이 역대급 자금력을 선보이며 증시에서 영향력을 키워왔지만, 여전히 지수를 밀어올리는 힘은 외국인에 못 미치는 것이다.

주가 상승한 날에 누가 많이 샀나

◇개미 덩치 커졌지만, 여전히 외국인에겐 밀려

개인들의 영향력이 지난해부터 크게 증가한 것은 맞는다. 2016~2019년에는 코스피가 상승한 날 중 개인이 순매수를 한 날의 비중이 23~28%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동학 개미 운동’이 벌어진 지난해엔 이 비중이 46.4%까지 치솟았다. 올해도 40%대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영향력이 여전히 개인보다 우위에 있는 모습이다. 코스피가 오른 날 중 외국인이 순매수한 날의 비율은 2016년 79.4%에서 지난해 55.6%까지 낮아졌다가 올해는 68.8%로 다시 높아졌다. 한 번도 5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던 것이다.

데이터를 다른 각도로 보면 외국인 승률이 더 높아진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이 순매수한 날은 총 77일이다. 이 중 코스피가 상승한 날은 26일로 3분의 1밖에 안 된다. 나머지 51일은 주가가 떨어졌다. 반면 외국인이 올해 순매수에 나선 날 48일 가운데 주가가 오른 날이 무려 44일이다. 외국인이 지수의 방향성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피 3300 아래로, 개미 사자 행렬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46% 하락한 3286.68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1조2300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시장의 덩치가 작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개인이 순매수한 84일 중 34일만 코스닥지수가 상승했다. 반면 외국인이 순매수한 48일 중 코스닥 지수가 오른 날은 39일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개인 투자자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보력이나 투자 판단 능력, 자금력 등에서 더 우위에 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개인들이 ‘스마트한 매매’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개인들이 지수가 하락할 때 주식을 샀다가 지수가 오를 때 차익 실현을 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개인들은 상승세를 보이던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때 순매수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 주가는 지난 22일 32만4500원까지 올랐다가 29일엔 28만9000원까지 떨어졌는데, 이날 개인 투자자들은 하이브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3080억원)했다.

◇코스피 신기록 경신 얼마나 더 이어질까

올 들어 코스피는 종가 기준 14번이나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과 6월에 각각 6번씩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25일에는 3302.84로 거래를 마치며 처음으로 33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지만 증권가에선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증시로의 ‘머니 무브(증시로의 자금 이동)’를 되돌릴 만한 충격적인 이벤트가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렇다면 올해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일까. 과거 데이터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코스피는 18번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코스피가 2000선에 처음 도달했던 2007년에는 51번 최고치를 경신했고, 1987년에는 최고치 경신 횟수가 68번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 최고점은 3300~3700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 최고점 경신이 올해도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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