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영화속 그가 즐겼던 국수, 나도 먹어볼까

불현듯, 영화의 맛

이주익 지음 / 계단 펴냄잘 만든 영화에는 이야기와 잘 어우러진 '먹는 장면'이 반드시 나온다. 매일 먹는 음식도 영화에만 나오면 특별해 보인다. 영화 제작자인 저자는 바로 이런 '영화의 맛'을 예민하게 끄집어내 마치 영화처럼 '음식 이야기'를 실감나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음식의 세계에 폭 빠져들게 된다. 음식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던 것들이 종합적으로 파악된다.

책은 영화에 나온 '그 음식'이 맛있는 이유에 대한 인문학적 에세이다. 22개의 영화와 그 영화 속 음식 이야기가 푸짐하게 펼쳐져 있다. 영화 속 '그 음식'이 맛있는 이유를 영화적 맥락과 인물의 성격, 요리의 특징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 '메밀꽃 필 무렵'을 통해서는 막국수의 시원한 맛을 알아본다. 막국수의 재료인 메밀이 굶주림을 덜어주던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신하는 지도 살펴본다. 우디 알렌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에 나오는 와인 시음회를 소개하면서 프랑스 음식과 와인의 매력을 들여다 본다. 와인이 등장하는 다양한 영화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충돌, 노스탤지어와 모더니즘의 대비도 읽어낸다. 양우석 감독의 첩보액션 영화 '강철비'에서 남쪽 철우는 비빔국수를, 북쪽 철우는 잔치국수를 먹는 장면을 통해선 국수에 담긴 함의를 생각해 본다.

'대부'는 이탈리아 요리의 매력과 총의 하모니를 보여주고, '모터사이클'에선 체 게바라와 함께 음식과 혁명을 함께 맛볼 수 있다.'변호인'은 국밥을 먹으며 자신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광해'는 수라상 위의 화려한 음식을 고독하게 먹는다. '올드보이'는 사설감옥에 갇혀 15년 동안 먹었던 군만두 맛을 되살려 중국집을 찾아 나선다. '황해'에는 감자, '인터스텔라'에는 옥수수, '바베트의 만찬'에는 프랑스 요리, '포레스트 검프'에는 초콜릿이 나와 영화의 맛깔을 낸다.

이를 보면 모든 상황에는 그에 맞는 음식이 있고, 바로 이 분위기가 '영화의 맛'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독자들은 역사적 사실이나 설명으로는 느낄 수 없는 음식의 맛과 사연을 영화 속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영화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번 붙들면 끝까지 쭉 읽게될 것 같은 책이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