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부동산, 규제 아닌 시장 인정해야 잡힌다

2021. 6. 2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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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석 대구대 부동산·지적학과 교수
박원석 대구대 부동산·지적학과 교수

현 정부 들어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시행했지만 집값은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값 상승에는 금리인하, 주택 이용수요 증가, 신규 건축량 부족, 주택가격의 상승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규제 위주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상승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들이 이제는 정론이 되었다.

정부가 규제 위주의 대책에 매달리게 된 것은 주택 공급은 넉넉하지만 다주택자의 투기적 수요가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집값 상승 억제라는 현실적인 목표와 투기세력에 대항하여 개발이익과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는 신념이 복합되어 있다고 하겠다. 현 정부가 공급확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묶어두는 것도, 공공주도 정비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의와 신념의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단선적이고 경직된 규제 위주의 정책에 함몰되어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유연한 대책을 활용할 수 없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을 왜곡시키는 강력한 규제가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신념에 기초한 규제만능주의에서 현실적인 시장의 욕망을 인정하고 이익의 균형을 찾아가는 유연하고 해답이 있는 정책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공급정책, 조세정책, 임대차정책에서 구체적인 방향의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

집값을 잡는 근본적인 해답은 공급에 있는 만큼,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특히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도심의 아파트를 효과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주택공급에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당장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공급대책은 사실상 없다.

이에 주택공급의 우선 목표를 주거환경 개선 및 주거복지 증진이라는 발전적 목표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다. 재개발·재건축의 예를 들어보자. 도시 내 고밀도 주거개발은 직주근접 등 이점이 있고, 대중교통 중심의 컴팩트 시티(compact city)로 도시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관건은 용적률 상향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분배 문제다.

정부는 투기세력의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공공주도 재개발방식을 고집하는데, 이는 사업주체의 참여를 끌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민간의 고밀도 재개발·재건축 방식을 병행하면서 시장의 욕망을 인정하고 개발이익에 대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조세정책은 조세 본래의 기본으로 전환돼야 한다. 부동산 조세정책을 집값 잡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 조세정의의 차원에서 조세 본래의 목적에 비추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적정한 수준의 보유세, 양도소득세, 취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의 중과는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고 취득세 중과정책은 유지한다면, 다주택자의 입구는 막고 출구는 푸는 방법으로 투기적 수요를 선별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면서 부동산 조세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미련해 보이지만 현명한 방안일 수 있다.

임대주택 정책은 규제 임대주택과 일반 임대주택이라는 '투 트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규제 임대주택은 규제를 받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즉, 임대차 3법에서의 규제가 적용되면서도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었던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부세 감면혜택을 받는 임대주택이다. 필요하다면,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하면서 초기 임대료부터 통제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비규제 임대주택은 규제도 인센티브도 없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임대인이 자율적으로 임대료를 책정할 수 있고 갱신청구권도 없지만, 세제 혜택도 없는 임대주택이다. 선택은 임대인의 자유의사에 맡긴다. 이를 통해 일률적인 임대차 규제의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임차인의 주거안정성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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