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1시간에 5건하면 보너스" 난폭 오토바이 부추기는 쿠팡이츠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단건배달이면 1시간에 3건이 최대입니다. 그런데 5건을 해야 보너스를 주겠다? 무리한 조건으로 위험운전을 부추기는 프로모션이죠.”(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쿠팡이츠가 최근 “1시간에 5건 배달 완료시 보너스 지급”이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을 두고, 배달기사들의 위험운전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번에 한 집만 배달할 수 있는 ‘단건배달’에서 배달 기사들이 처리할 수 있는 건수는 1시간에 최대 3건 정도다. 1시간에 5건을 하려면 과속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쿠팡이츠가 무리한 이벤트 조건을 걸어 배달 기사들을 과속으로 내몬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츠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3일동안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서 점심 미션 이벤트를 진행했다.

주문이 몰리는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 총 3시간동안 배달기사들의 업무참여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15건의 배달을 완료하면 3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1시간에 5건을 배달해야만 보너스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쿠팡이츠에서는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할 수 있어 1시간에 5건 배달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배달기사들은 단건배달 시스템에서는 1시간에 평균 2~3건의 배달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숙련된 배달기사라고 할지라도 3, 4건에 그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츠 이벤트 미션을 완료하려면 과속 등 위험운전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프로모션 조건을 걸어, 무리한 배달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철 장마 기간을 앞두고 이같은 조건을 내세운 것은 라이더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로 일하는 김모(30)씨는 “단건배달 시에는 3건도 벅찬데 5건해야 보너스 준다는 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미션”이라며 “보너스를 미끼로 과속 등 위험운전을 부추기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쿠팡이츠는 지난달에도 2시간에 7건의 배달을 완료해야만 보너스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비슷한 잡음이 일었던 바 있다.

현재 쿠팡이츠가 일부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리워드 프로그램도 다소 까다로운 조건으로 업무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쿠팡이츠는 이달부터 배달완료 횟수, 배달완료율 등을 기준으로 배달기사에게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에 따라 배달비를 차등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시범 운용하고 있다.

건당 평균 6500원의 배달비를 받는 가장 높은 등급(‘레전드’)이 되려면 ▷한 달에 배달 500건을 처리해야 하고 ▷그중 배달이 몰리는 점심·저녁 피크시간대에 처리한 건수가 36회 이상이어야 하며 ▷호출(콜)을 수락했다가 취소한 비중이 전체 수락 건수의 10% 미만이어야 한다.

한 달에 500건 이상을 배달하기 위해서는 주 5일 근무를 가정했을 때 하루에 25건을 소화해야 한다. 1시간에 3건 처리가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약 8시간을 꼬박 도로 위에서 보내야 ‘레전드’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