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프로슈머 들고 재도약 나선 SM, 다시 K팝 리더 될까

고경석 2021. 6. 29. 19: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수만 프로듀서, 유튜브 영상으로 'K팝 2.0 시대' 비전·전략 밝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29일 공개된 'SM 콩그레스 2021'에서 SM 소속 가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로듀서와 프로슈머(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가 함께할 콘텐츠 유니버스 속에서 27년간 축적돼 온 SM의 콘텐츠가 프로슈머에 의해 재창조되면서 무한 확장될 것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모처럼 대중 앞에 나서 회사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 프로듀서는 29일 유튜브에 공개한 ‘SM 콩그레스 2021’이라는 이름의 영상을 통해 회사의 비전과 전략, 사업 계획 등을 알리며 콘텐츠 기업으로서 재도약을 예고했다. 1995년 설립된 SM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행사를 열어 회사의 비전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영상은 최근 이 프로듀서의 SM 지분(18.73%)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개돼 더욱 관심을 모았다.


K팝 2.0 시대, '메타버스' '프로슈머'로 돌파

SM엔터테인먼트가 이번. 영상에서 제시한 회사의 비전은 기술 변화에 맞춘 콘텐츠의 확장이다. 이 프로듀서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속 콘텐츠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예술작품처럼 독창성을 인정받는 시대에 SM의 콘텐츠는 점점 값어치가 커질 것이고 SM은 이 콘텐츠를 재창조 역할을 하는 소비자와 함께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K팝 2.0 시대’라고 이름 붙였다. 콘텐츠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SM은 우선 프로슈머를 직접 지원하는 ‘핑크 블러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분홍색은 SM을 상징하는 색이다. 이성수 SM 대표이사는 “SM의 킬러 콘텐츠를 활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생산하는 프로슈머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그들을 홍보, 지원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자사 콘텐츠의 바탕이 되는 세계관인 ‘SM 컬처 유니버스(SMCU)’를 콘텐츠 확장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미국의 콘텐츠 기업 마블이 자사의 캐릭터들을 연결시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었듯 소속 가수들을 연결시켜 ‘세계관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성수 SM 대표이사.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이 이날 영상에서 또 하나 방점을 찍은 것은 다양한 영상 콘텐츠 제작이다. SM은 최근 SM C&C, 키이스트, SM 라이프디자인그룹, 디어유, 미스틱스토리 등 드라마ㆍ예능ㆍ뉴미디어 콘텐츠 관련 계열사를 통합 관리하는 자회사 ‘SM 스튜디오스’를 설립했다. SM은 이 밖에도 SM 온라인 커머스숍, 가수와 팬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인 ‘디어유 버블’ 등 팬 관련 서비스, 대중문화예술인 육성 교육사업 등에도 나선다. SM이 발매한 수많은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다시 손보는 리마스터링 작업과 K팝을 클래식으로 편곡해 선보이는 공연도 제작한다.


SM, 카카오와 손잡고 하이브·네이버 연합에 맞설까?

SM의 이 같은 콘텐츠 사업 확장은 K팝 세계화를 이끈 리더로서 다시 업계 선두주자 자리를 되찾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SM은 방탄소년단의 성공으로 업계 1위에 오른 하이브에 큰 격차로 뒤지고 있고, 시가총액 기준 2위(29일 기준) 자리도 JYP엔터테인먼트에 뺏긴 상태다. 하이브는 올 초 지분 교환을 통해 네이버를 온라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 운영기업인 비엔엑스의 2대 주주로 영입하고 유니버셜스튜디오, YG플러스 등과 제휴를 맺으며 사업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SM이 K팝 리더로 복귀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미국 시장을 공략할 글로벌 콘텐츠 확보, 즉 방탄소년단 같은 글로벌 슈퍼스타다. 미국 방송 제작사 MGM 텔레비전과 손잡고 미국에서 활동할 보이그룹 NCT 할리우드를 준비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NCT 할리우드의 일부 멤버는 현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21명 가운데 선발된다. 마크 버넷 MGM 텔레비전 회장은 이날 영상에서 "행운의 21명은 서울의 SM에 합류하고 'K팝 부트캠프'에 참가할 것"이라면서 "K팝 문화뿐만 아니라 SM의 정교한 연습생 프로그램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가 NCT 멤버 도영, 마크, 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수만 프로듀서의 지분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카카오다. 업계에선 카카오와 SM이 힘을 합칠 경우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가 SM의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하이브와 네이버, YG엔터테인먼트가 뭉친 연합군과 글로벌 K팝 시장을 놓고 경쟁할 수 있게 된다. 한 가요기획사 임원은 “카카오가 SM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K팝과 영상 콘텐츠 등 막강한 IP(지적재산)를 확보해 콘텐츠 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되고, NC소프트의 유니버스와의 협업도 강화해 하이브의 위버스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SM이 준비하는 새로운 사업도 카카오의 자본, 기술 등과 결합하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