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골프여제 홀인원 확률도 2배.."행운도 실력이다"

오태식 2021. 6. 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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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대회 수 줄었던 지난해
홀인원 확률 1500분의1로 가장 높아
"프로골퍼 평균 3000분의 1 감안땐
세계 휩쓴 K낭자 실력 입증한 것"
KLPGA 13년간 홀인원 192개
年평균 15개 안팎 쏟아져
2017년엔 27개 최다 기록 '짜릿'

◆ 매경 포커스 / 오태식의 숫자로 읽는 스포츠 ◆

지난 5월 국내 여자프로골프대회인 E1 채리티오픈에서 사흘 연속 홀인원이 나왔다. 6월에는 국내 남자프로골프대회인 SK텔레콤오픈에서도 4라운드 연속으로 홀인원이 터져 화제가 됐다. 홀인원은 2~3개 대회에서 1개꼴로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E1 채리티오픈이나 SK텔레콤오픈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행운의 대회'가 된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흔히 1만2000분의 1이라고 한다. 하지만 프로골퍼의 경우 이 확률이 4배가량 높은 3000분의 1 정도가 된다. 티샷을 그린에 올리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아마추어 골퍼는 1만2000번 정도 샷을 해야 홀인원을 한 번 할 수 있지만, 기량이 뛰어난 프로골퍼는 3000번 정도 샷에 한 번꼴로 홀인원을 한다는 통계다.

실제로 국내 골프대회에서 3000번 샷을 했을 때 과연 한 번꼴로 홀인원이 나오고 있을까. 세계 최강 한국여자프로골퍼들은 홀인원의 확률도 남다를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홀인원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래 지난해까지 13년간 홀인원이 총 192개 나왔다. 1년 평균 14.7개의 홀인원이 작성된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홀인원이 나오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홀인원 숫자만으로도 선수들의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3년 동안 20개 이상으로 나온 게 3번인데 모두 최근 5년 이내 기록이다. 2017년 27개로 가장 많은 홀인원이 작성됐고 2019년 21개, 2016년에도 20개의 홀인원이 나왔다. 지난해에는 18개가 나왔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회 수가 줄어든 탓이 크다. 확률로 보면 13년 통계 중 지난해 홀인원 기록이 가장 높다. 대회 수보다 홀인원이 많이 나온 것도 지난해가 유일하다. 지난해 총 17개 대회가 열렸는데 3라운드 대회가 6개였고, 4라운드 대회는 11개였다. 보통 140여 명이 대회에 출전하고 그 절반인 70명이 컷을 통과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파3홀에서 한 선수들의 총 샷은 2만7000번 정도가 된다. 그리고 18개의 홀인원이 나왔으니 한 번 홀인원할 확률은 1500분의 1 정도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골퍼의 홀인원 확률이 3000분의 1이라고 하지만 지난해만 봤을 때 한국여자프로골퍼들의 홀인원 확률은 그 두 배가 된 것이다.

홀인원이 가장 많았던 2017년 확률은 지난해보다 조금 더 나쁘게 나왔다. 2017년 매치플레이 대회를 제외하면 총 30개 대회가 열렸는데, 19개 대회가 3라운드, 11개 대회는 4라운드로 치러졌다. 파3홀 총 샷을 계산하면 4만5000번 정도가 되고 27개 홀인원이 나왔으니 홀인원 1개의 확률은 1666분의 1이 된다.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14개의 홀인원이 나온 2018년에는 대략 3000분의 1 정도의 홀인원 확률이 나왔다.

3분의 1 정도 대회가 치러진 올해 홀인원은 벌써 10개가 나왔다. 이런 추세라면 역대 최다 홀인원 기록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홀인원을 하면 행운이 3년 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프로골퍼에게도 홀인원은 행운으로 이어질까. 올해 오랜 우승 가뭄을 해갈한 선수들을 보면 확실히 '홀인원=운'이라는 공식이 통하는 것 같다.

올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이동민(35)은 홀인원의 운을 우승으로 연결한 대표적인 선수다. 이동민은 공식적으로 홀인원을 총 세 번 했다. 그의 첫 승은 첫 번째 홀인원을 한 이듬해인 2014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나왔다. 그 후 지독히도 승수를 더하지 못하던 이동민은 지난해 두 번 홀인원을 한 행운의 기를 받아 올해 7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무려 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문경준(39)도 홀인원의 행운 덕을 본 선수라고 할 만하다. 2015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던 문경준은 이후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무너졌다. 하지만 지난 3월 유러피언 투어 케냐 사바나 클래식 때 기록한 '파4홀 홀인원'의 행운을 이어 마침내 긴 불운의 사슬을 끊어냈다.

홀인원의 행운을 우승으로 이어간 선수 중에는 세계 랭킹 1위 욘 람(스페인)도 있다. 욘 람은 지난해 '11월의 마스터스' 연습 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홀인원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실 욘 람은 홀인원의 기가 행운이 아니라 불운으로 이어질 뻔한 경우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3라운드까지 6타 차 단독 1위를 달리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탓에 눈물을 머금고 기권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름 뒤 코로나19 완치 후 출전한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불운을 행운으로 바꿨다.

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임성재(22)의 첫 우승도 홀인원의 행운부터 시작됐다. 2019~2020시즌 개막전인 밀리터리 트리뷰트 첫날부터 홀인원을 한 기운이 이어져 6개월 후 혼다클래식 우승으로 연결됐다.

'탱크' 최경주는 2001년 5월 미국 PGA투어 컴팩클래식에서 홀인원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우승하지 못했지만 다음해 같은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쥠으로써 '홀인원=3년 재수'를 입증하기도 했다.

LPGA 25번 우승한 박세리도 홀인원은 딱 1번뿐

LPGA 홀인원 기록 살펴보니

LPGA 우승컵 7번 든 김인경
홀인원 4개로 한국선수 중 최다
박인비는 아직 '최고의 행운' 없어

2006년 LPGA 챔피언십 등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홀인원을 한 번밖에 하지 못했다.
아마추어보다 프로골퍼의 홀인원 확률이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세계적인 유명 선수들의 경우 홀인원을 잘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로 확실히 갈린다. 비슷한 기량을 갖고 있는 프로골퍼 사이에서는 홀인원이 '기량'보다는 '운'에 더 좌우되는 경향이 짙은 듯하다.

한국여자프로골퍼 중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우승(25승)을 거둔 박세리는 공식 대회에서는 딱 한 번밖에 홀인원을 하지 못했다. 1998년 '맨발의 우승' 신화를 쓴 뒤 10년을 기념이라도 하듯 2008년 자신의 LPGA 유일한 홀인원을 작성했다. 그래도 박세리는 나은 편이다. 두 번째로 많은 승수(21승)를 쌓은 박인비(33)는 여전히 날카로운 샷을 과시하고 있지만 LPGA 무대에선 아직까지 한 번도 짜릿한 '에이스의 손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LPGA에 진출한 한국여자골퍼 중 가장 많은 홀인원을 달성한 선수는 7승을 거둔 김인경(33)이다. 2007년 첫 홀인원을 기록한 김인경은 2010년, 2013년, 2017년 등 3~4년 간격으로 홀인원을 잡아 총 4개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은 은퇴한 18승의 메그 맬런(미국)이 9시즌 동안 8개를 기록해 LPGA 최다 홀인원 주인공이 됐고, 카리 웹(호주)도 홀인원이 6개다.

지금은 은퇴한 '슈퍼 땅콩' 김미현이 짧은 비거리에도 홀인원을 3개나 기록한 것이 이채롭다.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는 최나연은 전성기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홀인원을 잡은 특별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장하나는 LPGA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홀인원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2016년 1월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3라운드 때 LPGA 사상 처음으로 '파4홀 홀인원'을 작성한 것이다. 장하나는 이듬해에는 파3홀에서 홀인원을 터트렸다. 호주동포 이민지는 딱 한 번 홀인원을 했는데, 파3홀에서가 아니라 파4홀 홀인원이었다. LPGA 사상 두 번째 파4홀 홀인원이다.

비록 LPGA 무대에서 홀인원을 잡지 못했지만 박인비도 국내 대회에서는 한 해에 두 번 홀인원을 터트린 기록이 있다. 공교롭게도 결혼식을 올린 2014년 공식 대회에서 한 번도 홀인원을 하지 못하다 한꺼번에 2개를 기록했다. 결혼하기 전인 7월 삼다수 마스터스 3라운드 때 공식 대회 첫 홀인원을 기록하더니 결혼하고 나서 열린 10월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홀인원을 작성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공식 대회에서는 홀인원을 많이 기록하지 못했다. 우즈가 PGA 투어에서 처음 홀인원을 한 것은 1996년 그레이터 밀워키오픈에서였다. 그다음 해 피닉스오픈 때도 홀인원을 했다. 파3홀을 꽉 채운 갤러리들이 그의 홀인원에 환호하는 모습을 기억하는 골프팬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1998년 캐슬파인에서 열린 올드 인터내셔널 대회까지 공식 대회에서 총 세 번 홀인원을 작성했다. 개인적인 라운드까지 포함해서는 통산 20번 홀인원을 했다. 50대에 메이저대회를 정복한 필 미컬슨(미국)은 우즈보다 2개 많은 5개의 홀인원을 했다. PGA투어에서 최다 홀인원의 주인공은 유명도가 조금 떨어지는 선수들이다. 로버트 앨런비(호주)와 핼 서턴(미국)이 나란히 10개를 잡아 이 부문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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