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의 희한한 능력

한겨레 2021. 6. 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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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우석진ㅣ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진즉에 교체될 듯했던 홍남기 부총리가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 홍 부총리는 작년 코로나 국면에서 경제를 뚝심 있게 잘 이끌었다. 세계 주요 국가 경제가 코로나19로 거꾸러질 때도 -1% 경제성장률로 나름 선방했다. 올해도 경기호황으로 연초 계획했던 경제성장 3%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많게는 4.2%까지 경제성장률을 예측하고 있어,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보면 경제운용을 잘해온 것은 맞다.

지난 4월만 해도 김상조 정책실장이 물러나면서 홍남기 부총리도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출신 정책실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경제수석 등 경제정책 관련 요직에 예산실 출신이 약진을 하면서 홍남기 부총리는 지금까지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기재부만으로 한정하면 2대 윤증현 장관이 841일 재직하였는데, 홍 부총리는 수요일 기준 931일 재직하였으니 가히 역대급 최장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홍 부총리도 가끔씩 직을 거는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지난 세번의 재난지원금 지급 때와 마찬가지로 선별할 것이냐, 아니면 1차 때처럼 보편으로 줄 것이냐에 대해 직을 걸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 전국민 위로 차원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백신 국면을 지나 전국민 면역체계가 완성되면 국민 위로와 내수 진작 차원에서 재난지원금을 지원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외관상 대통령의 정책을 경제부총리가 막아선 것이다.

집권 여당에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줄 것을 요구하였다. 반면 홍 부총리는 재정 상황을 이유로 들면서 ‘하위 80% 안’을 제시하였다. 처음에는 70%였던 것을 논의 과정에서 양보한 모양새를 취했다.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는 한다.

그런 중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이른바 카드 캐시백 정책이 발표되었다. 내수 보강의 일환으로 2분기 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해 카드 캐시백을 10% 해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포츠 관람, 철도, 버스 등에 대해서 6대 소비쿠폰을 발행하고,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지역사랑·온누리상품권을 특판하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이다. 일단 발표된 것으로만 봐도 너무 복잡하다. 한달 카드 사용액이 2분기 월평균치보다 3% 이상 많은 경우 증가분의 10%를 환급해준다는 것이다. 예컨대 2분기에 월평균 100만원을 쓴 사람이 3분기에 월 113만원을 사용했다고 해보자. 3%는 3만원이니까, 3만원 이상 증가한 부분 10만원에 대해 10%인 1만원을 캐시백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환급은 매달 이뤄지며 월별 한도는 10만원, 1인당 한도는 30만원이다. 캐시백은 카드 포인트 형태로 지급된다.

사용처에 제약도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명품 전문매장, 유흥업소 등에서 사용한 금액은 캐시백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내구재 소비에도 제약이 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비자의 카드 사용 정보를 위해 카드사가 사용 내역을 사전에 알려주는 방식을 도입한다고는 한다.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선별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신용카드 캐시백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3분기에 소비를 몰아서 할 여지가 있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필요 없는데 신용카드 소비를 통해 신용카드 캐시백 30만원을, 그것도 가구 구성원별로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계층이 누구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신용카드 캐시백의 효과는 더 불분명하다. 소비 활성화 정책은 소비를 늘리자는 것이지, 4분기 소비를 3분기에 미리 하자는 게 목표는 아니다.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은 소비 시점에만 영향을 줄 뿐 소비 총량에는 영향을 주기 어렵다.

홍 부총리는 아무리 봐도 쉬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카드 캐시백, 소비쿠폰 확대 정책 같은 것보다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단순하고 정책 전달 경로도 명확하다. 재정 제약으로 상위 계층에 같은 금액을 줄 수 없다면, 이해하기 어렵고 효과도 의심스러운 생색내기용 정책 대신 소득에 따라 재난지원 금액을 달리하는 보편적 차등지급을 하면 된다. 하기 싫은 정책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홍 부총리의 생명 연장의 비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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