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곡 연주..부천필의 변신 지켜보세요"

오수현 2021. 6. 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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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필하모닉 상임지휘자 취임 장윤성
30일 롯데콘서트홀 취임음악회
"구스타프 말러 편중서 벗어나
프랑스·이탈리아 작품도 연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20여년 전 시작한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는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중심으로 한 고전주의 레퍼토리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던 한국 클래식계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한 곡을 소화하는데만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후기 낭만주의의 대가 말러의 교향곡을 9곡 모두 탁월하게 펼쳐낸 부천필을 언론에선 국내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기 시작했다.

이후 부천필은 안톤 브루크너(1824~1896)의 교향곡 9곡 전곡 연주라는 새 도전에 나섰고, 국내 최초로 말러·부르크너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단체라는 기념비적 성취를 일궈냈다.

이같은 부천필의 계속된 도전은 1989년부터 무려 25년간 지휘봉을 잡은 임헌정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 임헌정의 임기는 3년 마다 지휘자를 갈아치우는 게 빈번한 국내 클래식계에선 전례없는 일이고, 당연히 최장수 기록이다. 하지만 그만큼 부천필에는 임헌정의 그림자가 짙게 베어있다. 그래서 말러·부르크너 전곡 연주의 영광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느낌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부천필은 지난 1일 3대 상임지휘자로 장윤성(58·서울대 음대 교수)을 선임했다. 2대 상임지휘자 박영민이 중도 사임한 지 11개월 여 만이다. 장윤성의 부천필은 3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취임 기념 음악회를 연다. 지난 28일 서울대에서 장윤성을 만났다.

"말러와 부르크너가 부천필의 상징이 됐어요. 사실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는 건 말그대로 애들 장난이 아니에요. 지휘자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원들 실력이 뒷받침돼야 해요. 그런 점에서 부천필의 역량을 무척 뛰어나요. 하지만 후기 낭만주의 레퍼토리에 대한 단원들의 피로감도 상당한 것 같아요. 제한된 레퍼토리를 반복하면 연주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죠. 저는 부천필이 모차르트 같은 고전주의 작품을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부천필은 말러 시리즈 후에도 쇤베르크, 바르토크, 바그너, 쇼스타코비치 등 계속해서 19~20세기 음악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윤성은 이게 부천필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에게 연주회 전까지 5일 간의 연습시간이 주어졌다고 칩시다. 고전주의 작곡가인 모차르트 작품과 현대음악 작곡가인 쇤베르크 작품 중 어느 작품을 고르는 게 좋을까요. 5일이면 쇤베르크 작품은 그럭저럭 완성도를 갖출 수 있지만, 모차르트는 어림없어요. 모차르트 같은 고전주의 작품의 화성과 리듬이 단순하게 들린다고 소리를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말러나 쇤베르크는 약간 소리가 어긋나도 그럭저럭 넘길 수 있는 측면이 있어요. 그런데 모차르트는 악기들끼리 0.001초만 어긋나도 티가 나요. 부천필이 고전주의를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죠."

30일 취임음악회 프로그램도 심상치 않다. 장윤성은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과 이탈리아 작곡가 알프레도 카셀라 교향곡 2번을 택했다. 모두 국내에선 생소한 작품들이다.

"이들 두 곡은 그동안 독일·오스트리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주로 연주해 온 부천필에게도 낯선 곡이에요. 부천필 레퍼토리의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앞으로 본 윌리엄스나 윌리엄 월튼 같은 영국 작곡가 작품과 프로코피예프, 스크리아빈 등 러시아 작품들도 연주할 생각이에요."

그는 임기 중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5번 '코리아'를 녹음할 계획도 갖고 있다.

"폴란드 오케스트라가 코리아를 녹음한 음반이 나와있긴 한데, 2채널 스테레오로 녹음해서 이 작품의 진수를 담아내지 못했어요. 이 작품은 주 모티브인 '새야새야' 선율이 마치 파도치듯 뒤에서 앞으로, 앞에서 뒤로 움직이는 음향적 효과가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에요. 부천필과 제대로 녹음을 해보고 싶어요."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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