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부패와의 전쟁'으로 中 관리 374만명 처벌.."장기집권 포석"

박수현 기자 2021. 6. 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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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율위 부서기, 공산당 창당 100주년 회견서 밝혀
정적 위주 처분에 "시진핑 장기 집권 수단" 지적도
집권 1기 5년 간 후진타오, 원자바오 측근 정리

중국이 2012년 11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래 9년 간 부패 혐의로 처벌한 관료가 374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 주석이 “호랑이와 파리(부패한 고위 관료와 하급 관리)를 함께 잡겠다”며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건 결과로, 실상 정적 제거를 통한 장기 집권 포석 마련이라는 해석이 많다.

29일 중국 관영 중국망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사정·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샤오페이(肖培) 부서기는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100주년 경축 기자회견에서 “당 중앙의 지도하에 전국 기율·감찰 기관은 부패와 연관된 408만9000명을 적발해 이중 374만2000명에 대해 기율에 따른 정무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중 4만2000여명은 “부패 척결 압력에 시달리다 자수했다”고 했다.

사오 부서기는 “2014년 톈왕(天網) 작전을 전개한 이래 해외로 도피한 부패 사범 9165명 중 2408명을 붙잡아 217억3900만위안(약 3조8000억원)을 회수했다”고도 했다. 이어 적색수배자 100명 중 60명은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시 주석은 집권 이래 공산당 집권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패를 지목하고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그는 지난 1월 기율위 전체회의에서도 “반부패 투쟁에서 조금이라도 느슨해졌다가는 그간의 성취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반부패는 선택이 아니라 기필코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에선 지위고하를 막론한 부패 척결, 특히 고위직 부패 사범을 겨냥한 ‘호랑이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샹쥔보(項俊波) 전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상이군인 출신으로 국가심계서 부심계장과 인민은행 부행장을 거쳐 2007년 파산 직전의 농업은행을 맡아 세계 10위권 은행으로 키워낸 그는 2017년 4월 ‘엄중한 기율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돌연 지도자 후보군에서 낙마했다.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시 중급인민법원은 이후 지난해 6월 그에게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그보다 앞서는 야오강(姚剛) 증권감독관리위원회부주석(차관)이 낙마했다. 야오 전 부주석은 2015년 중국 증시 대폭락 이후 당국의 금융업 전반에 대한 부패조사 과정에서 낙마한 최고위급 인물 중 한명이다. 2008년 이후 증감위 부주석으로 재직하며 ‘기업공개(IPO)의 제왕’이라는 별칭을 얻었으나, 10년 만인 2018년 뇌물수수 및 내부자 거래 혐의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서기. /로이터 연합뉴스

시 주석은 빈부격차 확대와 관료사회 부패에 따른 민심 이반 완화를 목적으로 반부패 전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정적을 없애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닦으려는 것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시 주석이 집권 1기 5년 간 낙마시킨 인물 대부분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측근이거나 후 전 주석의 정치적 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관계됐다는 점이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 기간 부장(장관) 이상의 고위직 인사가 될 자격을 갖춘 당 중앙위원(205명) 중 17명이 낙마했다.

한때 시 주석에 필적할 차세대 지도자로 거론됐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도 같은 맥락으로 낙마했다. 랴오닝(遼寧)성 성장과 국무원 상무부장을 거쳐 2007년 서기로 부임, 대권을 눈앞에 둔 듯했으나 2012년 각종 비리 혐의로 낙마했다.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유력 후보로 꼽혔던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당서기도 2017년 낙마 후 뇌물수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빈 자리는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로 근무할 때부터 선전부장으로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려진 천민얼(陳敏爾)이 채웠다.

이변이 없는 한 부총리 자리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던 런쉐펑(任學鋒) 전 충칭시 부서기는 당 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가 열린 2019년 10월 말 징시(京西)호텔에서 투신, 사망했다.

천민얼 중국 충칭시 서기. /로이터 연합뉴스

장기 집권을 향한 시 주석의 야망은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헌법에 명시하고 국가주석 3선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는 것으로 표면화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오히려 중국의 체제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공산당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권위주의 세력이 됐지만 당내 갈등과 같은 장애물이 미래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 분석가인 니스 그룬버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시 주석은 임기 제한과 후계 규범을 없앰으로써 자신의 비전과 중국을 위한 국가계획을 수립할 시간을 더 벌었지만 동시에 지도체제에 불확실성을 가져왔다”며 “이는 그가 사라지는 순간 결국 지도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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