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1년만에 114명 체포.. 야권 정치인·언론 와해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 후 1년간 홍콩보안법으로 114명이 체포되고 61명이 기소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8일 보도했다. 2019년 6개월간 계속된 대규모 반중 시위를 계기로 중국이 제정한 홍콩보안법은 홍콩 내 반중(反中)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내용이다. 지난 1년 홍콩 야권 정치권과 언론은 와해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중국과 홍콩 당국은 “홍콩이 안정을 찾았다”는 입장이다.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매년 7월 1일 홍콩 반환 기념집회가 올해는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날 열리는 집회지만 야권이 집회를 주도하면서 중국과 홍콩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앞서 홍콩 당국은 매년 홍콩 빅토리아파크에서 열리는 야권의 천안문 사태 추모 집회를 금지했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홍콩보안법을 제정해 지난해 6월 30일 시행했다.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국방·외교를 제외한 분야에서 자치가 보장됐지만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범죄인 송환법 개정으로 촉발된 시위가 대규모 반중 시위로 발전하자 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했다. 이후 홍콩 내 반중 단체들이 자진해산하고, 야권 입법회(의회) 야당 소속 의원들이 전원 사퇴했다.
미국, 영국 등 서방은 중국의 홍콩 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중국과 홍콩 고위 관리에 대한 제재에 나섰지만 홍콩 내 정치 지형은 급변했다.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黎智英)를 비롯해 홍콩 최대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우치와이(胡志偉) 전 주석,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지미 샴(岑子杰) 구의원, 2014년 우산혁명(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을 주도했던 베니 타이(戴耀廷) 전 홍콩대 교수 등이 체포·기소됐다. 특히 지난 1월 6일에는 하루동안 경찰 1000여명을 동원해 야권 정치인 등 53명을 홍콩보안법상 국가 전복 혐의로 체포했다. 2020년 입법회(의회 격) 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 후보를 뽑는 예비 경선을 추진하며 홍콩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는 취지다.
중국은 지난 3월에는 홍콩에 충성하는 ‘애국자’만 홍콩 선출직 공무원이 될 수 있는 홍콩 행정장관·입법회 의원 선거제도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치러지는 입법회 선거, 내년으로 예정된 캐리 람 홍콩행정정관 후임 선출 선거에서 친중 인사들이 대거 추가될 전망이다. 홍콩 언론 가운데 중국에 비판적이고 홍콩 내 범민주파를 지지했던 언론들도 차례로 문을 닫고 있다. 지미 라이가 소유한 빈과일보가 정부의 자산 동결로 24일 문을 닫았고, 직후 입장신문(스탠드뉴스)도 홍콩보안법에 대한 우려로 기존 기사, 칼럼을 삭제했다. 정치, 언론뿐만 아니라 교육, 예술분야에서도 중국에 대한 충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중국은 최근 인사에서 홍콩보안법 집행에 앞장섰던 존 리(李家超) 보안사장을 홍콩 정부 2인자인 정무사장에 임명했다. 존 리는 보안사장 시절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경찰이 지난해 11월 개설한 홍콩보안법 신고 전화로 10만여건의 가치 있는 신고를 접수했다”며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혼란을 멈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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