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100세 시대 건강관리 기본은 '과유불급'

송길호 2021. 6. 2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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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 다른 전문 분야 보다 특히 의료부분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분야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 진단과 치료라는 의료행위는 의사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로 전환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내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여느 전문가 못지 않은 수준의, 혹은 불필요할 정도로 과다한 의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병원에 내원하기 전에 본인의 증상 혹은 질환에 관한 정보를 몇 차례 검색해보지 않은 환자를 접하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어떨땐 오히려 과다한 정보로 혼란이 일 지경이다.

예를 들어 내과에서는 신진대사를 위해 주기적으로 격한 운동을 권하는데 정형외과에서는 관절 건강을 위해 무리한 운동을 피하라고 권한다. 이러한 혼란은 의학계에서도 엎치락 뒤치락 하는 연구결과에 의해 가중된다. 거의 모든 사람의 관심사인 수명 연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제 아무리 진나라 시황제라 해도 불로장생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모두 다 알고 있다.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세포 분열시 DNA 말단에서 염색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점차 감소하는 현상은 어찌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반면 최근의 연구결과는 유전자 조작이나 또는 더 안전한 효소 활성화를 통해 텔로미어의 길이마저 증가시켜 인위적 수명 연장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미국에서 최근 발표된 또 다른 최신 연구결과는 과도한 연장술에 의하거나 선천적으로 긴 텔로미어가 암을 방어하는데 불리하거나 암을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텔로미어는 흔히 불로초에 비유되지만 몸에 좋은 것을 많이 먹는다고 오래 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생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정확히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만 결국 지나침이 모자람과 같다는 과유불급이 생명과 건강 유지의 기본임을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필자의 전문분야인 치과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치아는 위 아래가 맞물려 기능하는 만큼 최대한 잘 닿아 있어야 기능을 하게 마련인데, 100세 시대에 중년 이후에는 다소 반전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씹는 기능을 담당하던 특정 어금니 혹은 과도한 하중을 감당하던 앞니가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금니부분에서는 축적된하중을 견디다 못한 피로파절 (균열)에 의한 통증이 흔히 관찰되고, 앞니 쪽에서는 병적인 치아 이동에 의해 공간이 벌어지거나 비뚤어지는 현상이 관찰된다.

정상적으로 씹는 식사 시간 외에도 수면 중의 이갈이, 이악물기 등 치아를 위협하는 과도한 힘은 존재하게 마련이고 씹는 근육(저작근)은 자연스런 노화에 의해, 치아를 싸고 있는 법랑질이 약화되면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치아를 잃을 수도 있는데 이는 평소에 치아 위생 관리를 잘 했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저작근의 보호를 위해 이제부터는 씹지 말고 죽만 드시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일반적으로 치과교정치료는 가지런히 치아를 배열함으로써 미용상으로 보기 좋고 아름답게 만드는 치료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통상적으로 한 사람이 보유하는 28개의 모든 치아가 잘 맞물리도록 조정해 기능을 온전하게 만드는 치료의 일환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외상을 받고 있는 어금니나 앞니를, 교합력을 좀 덜 받는 위치로 재위치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치아는 최대한 맞물려 있어야 하지만 이러한 교정치료는 오히려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치아를 움직이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결국 정보화시대와 맞물린 100세시대 노년층 건강관리의 기본은 과유불급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저런 의료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상황에서 의사마다 조금씩 말이 다르다면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환자 스스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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