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시선]"사진 지우세요" 中 보안요원 셋이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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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무슨 일로 왔나요."
7월 1일 100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의 이념을 제공한 인물이다.
연일 중국 매체와 SNS에 등장한 곳인데도 막무가내였다.
"영원히 당을 배신하지 않겠다." 마지막 파일에 담긴 '입당 선서' 끝 구절이 스치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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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무슨 일로 왔나요."
보름 전 베이징 외곽 완안(萬安) 공공묘지. '보안'이라고 적힌 검은 유니폼의 남성이 쏘아대듯 물었다. 신분증으로 건넨 여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리다자오(李大釗) 열사 능원을 보러 왔다"고 답했다. 7월 1일 100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의 이념을 제공한 인물이다. 새로 문을 열고 '홍색(紅色) 관광지'로 띄우는 곳이라 궁금해서 찾아왔다.
더 강렬한 인상의 보안요원이 다가왔다. 둘의 무전기를 타고 누군가의 지시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10여 분 만에 정문 문턱을 넘어섰다. 가도 좋다더니 잡아 세우고는 여권 앞면을 펼쳐 사진을 찍으며 우왕좌왕했다. 환대를 바란 건 아니지만 중국의 잔칫상에 이방인이 낄 자리조차 없는 듯했다.
못 미더운지 뒤를 따라왔다. 능원 입구를 통과하자 어슬렁대는 남성이 셋으로 늘었다. 꽃으로 둘러싸인 동상과 붉은색 공산당기가 시선을 끌었다. 촬영해도 되느냐고 묻자 "문제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갔다. 여직원까지 가세해 네 명이 주위를 맴돌았다. 과분한 대접이었다. 눈에 거슬려 찬찬히 둘러보기도 민망했다.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은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발길을 돌리는데 보안요원들이 소리치며 뛰어왔다. 사진을 지워야 한다면서 휴대폰을 달라고 손짓했다. "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자 "능원 단장이 끝나지 않아 외부에 공개하면 안 된다"고 강짜를 부렸다. 연일 중국 매체와 SNS에 등장한 곳인데도 막무가내였다.
부아가 치밀었지만 공연히 소란을 피울까 싶어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며 삭제 버튼을 눌렀다. 혁명의 열기를 맛보기는커녕 따가운 햇살에 눈살 찌푸리며 애먼 자기검열이 시작됐다. "영원히 당을 배신하지 않겠다." 마지막 파일에 담긴 '입당 선서' 끝 구절이 스치듯 사라졌다.
밖에 나오니 상인 서넛이 앞다퉈 반겼다.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국화가 즐비한 가게 안을 가리켰다. 경계 눈초리가 득실거리던 조금 전과는 딴판이었다. "다음에 또 오세요." 그냥 지나치자 누군가 뒤에서 외쳤다. 정녕 다시 올 마음이 생길까.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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