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6·25 참전은 평화·정의", 시진핑 정치에 한국민 고난 이용 말라

조선일보 2021. 6. 29.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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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지난 6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베이징에 새로 개관한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을 방문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28일 ‘중공 100년 대사건’을 연재하며 “인류 평화와 정의를 위해 분투하는 국제주의 정신이 위대한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 정신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김일성의 6·25 남침은 소련 스탈린, 중국 마오쩌둥의 승인 및 지원을 받고 감행된 것이다. 그 사실이 구소련 외교 문서의 공개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6·25로 죽거나 다친 한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국토가 결딴나 재산 피해도 계산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분단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중공군만 없었으면 한반도는 대한민국 체제 아래 평화로울 것이다. 한국민에게 피바다 지옥을 안기고 지금까지도 고난을 강요하고 있는 중국이 자신들의 침략 행위를 ‘평화’와 ‘정의’를 위한 참전이라고 한다. 세계 경제 10위권의 대한민국과 5100만 국민을 어떻게 보길래 이런 망발을 하나.

중국은 놀랍게도 1990년대 초까지 교과서에서 6·25를 ‘북침’이라고 썼다. 국가가 자국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소련 붕괴 후 ‘남침’ 증거가 쏟아지자, 6·25는 남북 간 내전(內戰)인데 미국이 중국을 위협해 어쩔 수 없이 참전했다는 식으로 주장을 바꿨다. 시진핑은 지금도 미국의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한다. 누가 누구를 침략했나. 아무리 공산당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흑백을 바꿀 수 있나.

중국이 작년 6·25 70주년 때부터 ‘항미원조’를 띄우는 이유는 뻔하다.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의 10년 집권 전통을 무너뜨리고 사실상 종신 집권을 계획하고 있다. 미·중 충돌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반미(反美) 애국주의를 부추겨 자신의 장기 집권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한 개인과 당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가해자가 된 다른 나라의 비극과 참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6·25 국군 전사자만 14만명이다. 부상자는 그 몇 배다. 죽거나 다친 민간인은 100만명을 넘는다. 북한 남침과 중공군 참전으로 당한 피해다. 공산당 100년이라고 해도 이웃 피해국의 깊은 상처를 왜곡해 선전·선동에 이용할 수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대 강연에서 “중국과 한국은 근대사의 고난을 함께 극복한 동지”라고 했다. 이런 정부가 중국 공산당의 한국민 능멸에 항의할 리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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