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후보의 '감세론' 제안, 이념 아닌 실사구시 경쟁 보고 싶다

조선일보 2021. 6. 29.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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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설 박용진 의원이 "법인세, 소득세 동시 감세가 대한민국의 성장과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라면서 '감세론'을 들고 나왔다. 운동권 출신에 '재벌 저격수'를 자처해온 진보 정치인으로선 파격적인 제안이다. 박 의원은 중소·중견 기업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상속세 완화'도 주장했다./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박용진 의원이 “자본의 국내 투자를 늘리고” “열심히 일해 버는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도록” 하는 법인세·소득세 동시 감세를 주장했다. 박 의원은 “우수 중소·중견 기업이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상속세 완화도 제안했다. 학생 운동권과 민노당 출신으로 ‘재벌 저격수’를 자처해온 진보 정치인으로선 이례적인 제안이다. 박 의원은 “정책은 진보와 보수의 어젠다가 있지 않다. 있다면 뛰어넘어야 할 진영 논리이며 이념 정치”라고 말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도 “민주당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세금 정책 전환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자”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문 정부의 부자·대기업 때리기 세금 정치는 우리의 법인세·소득세를 세계 최고 수준에 올려 놓았다. 법인세 최고 세율은 27.5%로 OECD 평균인 23.1%보다 4%포인트 더 높다. 삼성전자는 법인세율 11.5%인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보다 2.5배 많은 법인세를 내며 경쟁하고 있다. 소득세 최고 세율도 문 정부 들어 38%에서 45%로 올랐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소득세 최고 세율은 49.5%로 미국·영국·독일보다 더 높다. 상속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1위다. 기업 대주주가 지분을 상속할 경우 할증까지 붙어 세율이 60%에 달한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회원국 평균 상속세 최고 세율(27%)의 2배를 웃돈다. 기업계는 상속세를 내면 가업 승계가 안 되니 가업 상속 공제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계속 요청하지만 민주당은 “부자 특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일축해 왔다.

조세의 기본 원칙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근로자 10명 중 4명은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고, 고소득자에겐 소득 절반을 세금으로 빼앗아 간다. 상위 1% 기업에 법인세 80% 이상을 부담시킨다. 이런 세제로 어떻게 투자, 소비가 촉진되겠나. 박 의원 주장대로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법인세·소득세를 내려 기업의 추가 투자, 가계의 소비 촉진을 유도하면 일자리 창출과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상식적인 주장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4년 내내 국민과 경제를 옥죄어온 진영 논리, 이념 정치 탓이다. 세제뿐 아니라 부동산, 탈원전, 퍼주기 복지, 대북 이슈 등 다른 분야에서도 탈이념, 실사구시(實事求是) 목소리가 많아져야 한국 정치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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