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뻔한 투기도 못 본 인사수석, 그래도 감싸는 靑, '인사 亡事'

조선일보 2021. 6. 29.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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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정무수석과 김외숙 인사수석이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05.17. /뉴시스

청와대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이 공직자 재산 등록 때 경기 광주의 400평대 토지를 숨기고 25평짜리 컨테이너만 상가(근린생활시설)로 위장 신고했다. 주변 개발 호재가 있는 땅을 매입한 뒤 이를 감추려고 엉터리 신고를 했다는 의혹이 짙다. 전례가 드문 사실상의 범법 행위다. 그는 53억여원을 은행에서 빌려 서울 마곡동에 65억원대 상가 2곳도 샀다. 일반인은 엄두도 내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지난 3월 김 전 비서관 인사 검증 때 별문제가 없다며 그냥 넘어갔다. 당시 청와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사태를 계기로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비서관급 이상을 상대로 부동산 전수조사도 벌였다. 당연히 비서관 후보자의 부동산 문제도 정밀 조사의 대상이다. 더구나 반부패비서관은 공직자 투기와 부패를 잡아내는 자리다.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런데 본인이 투기 목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무사 통과됐다. 청와대는 부동산 내역과 취득 경위, 자금 조달 방식을 구체적으로 점검했다고 했지만 도대체 뭘 확인했다는 건지 알 수 없다.

투기와 전쟁을 선언한 정권에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면 책임자인 김외숙 인사수석과 검증을 밑은 민정수석실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누가 김 전 비서관을 추천했고 검증에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는지 가려야 한다. 여당 지도부도 김 수석의 책임을 지적하며 경질이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런 요구에 내내 침묵했다. 일부에선 “왜 잘라야 하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끊임없이 인사·검증 실패 논란에 휩싸였다. 그 중심에 김 수석이 있다. 그가 임명된 이후 2년 여간 야당 동의 없이 임명 강행한 장관급만 16명이다. 어쩌면 이런 부적격자만 골랐는지 신기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때마다 “인사 실패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김 수석이 사표를 내도 바로 반려했다. 오랫동안 자신을 모신 최측근 예스맨을 자르지 않겠다는 고집과 다름없다. 이런데도 인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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