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백신 접종자 격리 면제한 정부, 델타 변이 대책 마련해야[동아광장/최재욱]
세계보건기구 긴급사용 승인이 근거
우리 국민은 中입국 시 격리되는 불평등
델타 변이 바이러스 대응전략 보완해야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시노팜, 시노백사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으며, 또한 해외 거주 우리 국민의 입국 시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향후 외국인들의 국내 입국 시 중국산 백신 예방접종에 대한 격리 면제를 요구하면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백신 접종 승인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국 백신의 델타 변이 바이러스 예방 효과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85개 국가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했다. 영국에선 일일 신규 확진자가 하루 1만8000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선 신규 확진자의 20%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이며 본토를 넘어 하와이까지 퍼졌다. 영국, 이스라엘 등 마스크 착용을 완화했던 국가들조차 다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거리 두기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 전파력이 기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보다 60% 이상 강해 새로운 대규모 감염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언젠가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위험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에선 현재의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효과성에 대해 과학적 검토와 신중한 판단에 의거해 백신 접종 승인을 해야 할 것이다.
WHO는 중국 백신 시노팜을 5월 7일, 시노백 백신은 6월 1일 각각 긴급사용승인 목록에 등재했다. WHO 자료에 따르면 백신 접종 완료 후 코로나 질병 증상과 입원에 대한 효과성이 시노팜은 79%, 시노백은 51%라고 발표했다. WHO는 중국 백신 사용 승인으로 중·저소득 국가들의 백신 접근성을 높이고 개도국 백신 접종 지원 연합체인 코백스에 백신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는 인도주의적 목적을 강조했다. 문제는 중국 백신 효과성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결과가 없다는 것과 백신 제조회사가 제공한 연구 결과에 근거한 제한적인 견해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 국제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의 변이 바이러스별 백신 효과성 추계 평가 보고서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시노백의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예방과 질병예방 효과성은 각각 28%, 32%였다. 시노팜은 41%, 47%로 나타났다. WHO가 정한 긴급사용승인 인정 요건인 50%에도 못 미친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82∼89%, 얀센 백신은 57∼64%의 예방 효과성을 나타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31∼35%)나 노바백스(43∼49%)조차도 50%에 못 미친다고 한다. 물론 아직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나 백신 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 성과는 매우 부족한 상태다. 향후 연구 성과가 축적되는 과정에 백신의 종류별 예방 효과도 좀 더 분명해질 것이며, 효능도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 성과에 따른 판단과 변이 바이러스 감염 변화에 따른 유연하고 즉각적인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백신 종류별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효과성을 신중하게 검토해 백신 교차접종, 중국 백신 승인 재검토 및 백신 확보와 접종 전략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과학적 기반이 아니라 행여 정치·외교적 입장에서 중국 백신 접종의 국내 승인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오는 일은 피해야 한다. 게다가 중국 백신 접종자는 국내의 격리에서 면제되는 반면에 우리 국민이 중국에 입국할 때 격리되는 것과 같은 불균형의 문제는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최초로 중국 백신 접종자의 방역 격리를 면제한 나라가 되어버린 현실은 과학이 아니다.
최재욱 객원논설위원·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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