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아름다운 파리의 할머니

심우찬 2021. 6.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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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아카데미 수상식 명장면 중 하나는 노배우 제인 폰다(84)가 ‘기생충(Parasites)’을 호명하던 순간일 것이다. 여러 시대를 풍미하며 파란만장한 스타의 삶을 살았던 제인 폰다의 삶 중에서 가장 멋진 모습은 그녀의 70대라 생각한다. ‘프랑스라는 아름다움’을 파는 세계적인 향장 그룹 로레알이 70대의 그녀를 브랜드의 얼굴로 발탁했다. 파격이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고 멋진 모습으로, TV 광고에서 외쳤다. “제 나이에 이 정도면 꽤 멋지지 않나요?”

파리에 온 한국 사람들이 제일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련된 옷차림의 할머니들이라고 한다. 잠시 동네의 수퍼나 약국을 왔을 뿐인데도 정성 들여 화장하고 세련된 옷차림과 배색을 맞춘 모자에 장갑, 액세서리까지 신경 쓴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젊은 프랑스 여성들이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데 반해, 중년을 넘어선 프랑스 여자들은 자신을 화폭 삼아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들에게 나이란 건 그저 잠깐 귀찮은 모기 같은 존재일 뿐이다. 약을 뿌리거나 좀 물리면 그만이다. 그 정도 상처는 그녀들의 지성과 매력으로 메운다.

최근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美)의 상징은 역시 60대를 훨씬 넘긴 배우 이자벨 아자니이다. 여기에 정치적인 여건에서 반영된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23세 연상 부인, 브리짓 마크롱이 조용하고 세련된 내조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많은 여성지에서 중년 여성들의 매력을 분석했으며 여성에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의 장이 열렸다. 나이 들어도 아름답고, 나이 들면서 더 아름다워지는 여성의 매력과 그 원인이 대체 무얼까 정말 궁금했다. 온갖 심리학자, 경제학자, 성형외과 의사, 뷰티 전문가 등이 등장해도 결론은 비슷했다. 제인 폰다와 이자벨 아자니를 비롯한 관록의 여배우들 5명이 한꺼번에 등장해 외치는 광고 문구가 그 답이었다.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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