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지방대학 미충원과 반값등록금 질곡
인위적인 조정 도움될지 의문
문명사 전환기·산업구조 측면
고등교육 최우선 과제 고민을
24일 국회에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현황을 보여주는 두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의 미충원을 ‘재앙적 위기’라 표현하며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종합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2조8000억원이 있으면 반값등록금 실현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법인세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더구나 문화와 산업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우리 상황에서 지방대가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어서는 미충원의 문제를 쉽게 극복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방대 미충원 문제 해결은 철저하게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 주체들과 협력하는 공생적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려는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경쟁력의 관점도 살펴보아야 한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첨단 산업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과 대학 간 긴밀한 산학협력은 필수적이다. 물론 교사와 학생의 자치공동체로 시작한 대학의 원형을 강조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의 기업화를 비판하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대학에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학생이 등록금을 지불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의 경쟁력을 얻기 위함이다. 따라서 대학과 기업의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최상위권 대학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 현실에서 대학정원의 인위적 지역조정은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값등록금도 학생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필요한 정책으로 보이나 대학의 역량 향상을 통한 인적자원 양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바람직한 방향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추가 예산을 확보해 실질적 반값등록금 정책이 구현되더라도 교수의 연구와 교육의 수월성에서 창출되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수한 연구를 통해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학생들은 내는 등록금에 걸맞은 역량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최고 명문대학인 서울대가 왜 명문대학이 되었나? 우수한 학생의 존재도 일부 기여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매년 정부가 지원해주는 정부출연금이 서울대 경쟁력의 원천이다. 2021년도 서울대에 지급된 정부출연금은 51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기본역량진단을 통과한 143개 대학(서울대 포함)에 일반재정지원사업의 형태로 지급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총액은 2021년도에 6950억원 수준이다. 한 학교당 50억원이 되지 않는다. 서울대에는 지나치게 몰아주고, 나머지 대학에는 지나치게 평준화로 분배한다.
결국 대학의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의 등록금을 줄여주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학생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학의 기본 역량 향상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을 내더라도 나중에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고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대학교육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고등교육의 목표를 대학에서 학생이 자신과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할 교육을 받을 수 있느냐로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 아래에 반값등록금과 지방대학 정원감소의 질곡을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대학, 수도권과 비수도권, 교수와 학생의 이해관계를 넘는 대화의 장을 통해 고등교육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
21세기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지, 교육부는 대학에 왜 국고를 투입해야 하는지, 대학과 교수는 어떤 책임을 달성해야 하는지, 학생은 어떤 책임과 권리를 가지는지 허심탄회한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금과 같이 개별 주체의 이해관계로만 고등교육에 접근하고 정시 확대가 교육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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