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대한민국 위한 역할 숙고"..대권 도전 뜻 안 숨겨

박순봉·박홍두 기자 2021. 6. 2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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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가능성 묻자 "차차 말씀드리겠다" 즉답 피해
이회창 경우처럼 자기 세력 없이 국민의힘 입당 예상도
송영길 "내로남불" 등 여당 "흑역사의 날로 기억될 것"

[경향신문]

마지막 출근길 질문 세례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감사원장직 사퇴와 향후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65)이 28일 사의를 표명하며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정치 입문 선언이자 대선 출마를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안 주자’ 위치를 활용해 조만간 야권 내 대선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장의 정치권 직행 논란은 뚜렷한 약점이다. 윤 전 총장에 비해 ‘반문’ 상징성과 인지도가 약한 점도 극복 과제다.

최 원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원장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원장은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저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월성원전 1호기 감사 과정 등에서 정부·여당과 대립했고, 이 때문에 야권 대선 주자로 거론돼 왔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 등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

최 원장은 ‘언제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오늘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또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어떤 역할을 할지 숙고하겠다”는 최 원장의 발언 역시 대선 출마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당분간 주변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최 원장 측 관계자는 전날 기자와 통화하며 “향후 (최 원장과 같이) 정치를 해보자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최 원장이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도울 사람들을 찾으면 그분들하고 (정계 진출은) 언제가 가장 좋을지, (진출을) 하는 게 좋을지 안 하는 게 좋을지 참모들과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의 야권행은 명확하다. 최 원장 측 관계자는 ‘최 원장이 야권으로 가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에서 받아주겠느냐.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이 문재인 정부와의 대립 구도를 통해 대선 주자로 부각됐다는 점에서도 여권행은 현실성이 낮다.

최 원장은 야권에서 거론되는 ‘윤석열 대안’이라는 입지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 전 총장과의 대비 효과를 노릴 것이란 의미다. 윤 전 총장의 최대 약점은 ‘처가 리스크’와 두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 수사에 따른 강경 보수 지지층의 반감이다. 최 원장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점이다.

최 원장이 과거 이회창 전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총재가 정계에 입문할 때처럼 ‘자기 세력’ 없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는 윤 전 총장이 독자적인 ‘대변인실’을 구성해 당 밖에서 몸집을 키우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회창 전 총재가 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하다가 갈등 때문에 잘리고 당에 혈혈단신으로 들어왔다”며 “1~2명만 데리고 당에 들어와서 오히려 당을 장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이 감사원장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낮은 인지도와 약한 반문 상징성도 한계로 지적된다.

여권은 최 원장을 거칠게 비판하고 나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적 편향을 이유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의 감사위원 임명을 거부했던 분이, 원장을 그만두고 야권의 대선 후보로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 말이 맞지 않는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독립성이 보장되는 헌법기구인 감사원을 자기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한 도구로 악용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부끄러운 고백, 위헌 고백에 불과하다”며 “훗날 역사는 감사원의 독립성이 부정된 흑역사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봉·박홍두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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