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과 역설 - 에드워드 사이드·다니엘 바렌보임 [김태형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청소년들이 주축을 이룬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있다.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을 ‘음악적 우정’으로 이끈 인물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정치적 공감과 음악적 유대로 우정을 쌓은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이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평행과 역설>은 두 사람이 5년간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정치에 관한 얘기가 빈번히 오가지만 예술을 논하는 대화도 묵직하다. 음악의 표현과 연주의 특이성, 그리고 예술이 어떻게 사람과 교감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또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다. 이 책을 ‘내 인생의 책’으로 택한 이유는 그들의 생각이 끊임없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음악을 공부한다는 것은 세계에 관하여, 본질에 관하여, 인간이란 존재와 관계에 관하여 많은 것들을 배우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 구절이다. 나는 음악을 아예 가르치지 않는 한국의 교육 현실이 안타깝고 염려스럽다. 음악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행위이기에 마음을 다해 준비하는 과정이 기본이다. 곡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떤 배경에서 그 곡이 작곡되었는지를 알아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문학으로 연결된다.
또 음악을 같이 연주하려면 상대의 소리를 들으며 조화를 이룰 줄 알아야 한다. 그저 곡 하나를 연주할 뿐인데 그 과정에서 작은 세계를 경험한다.
이처럼 한 구절을 읽으면서도 파생되는 생각들이 많아지는 책이다. 사이드는 교육의 목적에 대해 “그 자체를 축적하거나 정답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내게 그의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육성(肉聲)과 다르지 않다.
김태형 | 경희대 음대 교수(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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