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부동산 검증' 하긴 했나..여당 "인사수석 책임져야"

이완 2021. 6. 2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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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비서관 경질 후폭풍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재산공개 사흘 만에 사퇴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백혜련 의원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검증 문제가 인사수석 소관이기 때문에 인사수석이 총책임을 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공개적으로 책임론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어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안일하게 받아들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청와대도 당사자의 경질로 끝낼 일이 아니다. 청와대의 명백하고도 반복적인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 김외숙 인사수석을 경질하는 등 관련 참모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여당에서 김외숙 인사수석에 대한 인책론이 불거진 것은 인사 추천을 맡은 그가 김기표 비서관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수석 외에 김진국 민정수석,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결코 인사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 전 비서관 사태는 이들이 모두 관여한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가능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김 전 비서관은 통상적인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거쳐 지난 3월31일 임명됐다. 청와대 인사검증은 김외숙 인사수석의 추천으로 시작된다. 후보자가 압축되면 후보자의 동의를 받아 민정수석실이 검증에 나선다. 후보자의 재산 내역은 기본적인 검증 대상이고 미심쩍은 부분은 후보자에게 직접 확인하기도 하며 민정수석은 검증 작업이 끝나면 보고서를 작성해 비서실장에게 보고한다.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까지 열리는 수석비서관과는 달리 비서관급은 총무비서관실에서 임명을 결정하지만, 검증 보고서는 비서실장에게도 모두 보고되는 것이다. 당연히 김 전 비서관의 엄청난 부동산 자산 내역은 최소한 유영민 비서실장, 김진국 민정수석, 김외숙 인사수석이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전날 “인사검증 때 부동산 내역을 확인했고, 취득 경위와 자금조달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점검했지만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전 비서관을 검증해놓고도 그의 과도한 부동산 보유 사실을 간과했다. 이런 해명은 청와대 스스로 거듭되는 인사참사 논란에도 여전히 안일하고 형식적인 인사검증을 지속해왔다는 걸 실토하는 것이다.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전 비서관의 재산 총액은 91억2623만원이었는데, 서울 마곡동 상가(65억4800만원), 경기도 분당 아파트(14억5000만원), 경기도 광주 근린생활시설(8억2000만원), 경기도 광주 송정동 임야(4970만원) 등 부동산 자산(90억3360만원)이 대부분이었다. 금융권 채무는 54억6441만원으로 자산의 절반이 넘었다. 대출을 지렛대 삼아 자산을 증식한 ‘부동산 부자’였다. 재산공개 뒤 언론의 취재를 통해 경기 광주의 임야가 누락되고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54억여원의 빚을 내 91억원에 가까운 부동산을 소유한 사실만으로도 청와대는 그의 인선을 재고해야 마땅했다. 더욱이 그가 기용된 시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국민들이 공분하고 이에 놀란 청와대가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들의 직계가족들의 투기 의혹까지 자체 조사하던 상황이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반부패비서관 후보자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기본적인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문제가 될 거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놀랍다. (부동산 문제)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본적인 검증은 물론 판단에도 허점을 드러내면서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부동산 문제에 무감각하다’는 지적이다.

야권은 검증 실패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들은 지금 청와대에 인사검증 시스템이 있기나 한지, 제대로 작동하기나 하는 것인지 묻고 있다”며 “부실 검증을 책임져야 할 김외숙 인사수석비서관을 즉각 경질하고 부실 검증 시스템에 대해 청와대는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완 서영지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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