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UFO 보고서

이용욱 논설위원 2021. 6. 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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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4월 미국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공개한 미확인 비행 물체(UFO) 영상 캡처 화면. 미 해군 전투기가 훈련비행 도중 마주쳐 촬영한 것이다. AFP 연합뉴스

947년 6월, 미국 뉴멕시코주의 시골마을 로즈웰 인근에서 추락한 비행체 잔해와 시체들이 발견됐다. 공군은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비행물체 잔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몇 시간 만에 기상관측용 기구로 정정했다. 이 사건은 1990년대 초 미확인 비행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UFO) 연구자들이 관련자들을 인터뷰해 실제 추락한 게 UFO일 것이라 주장하는 책을 내며 다시 유명해졌다. 1994년 미 공군은 이 비행체가 비밀 계획에 사용된 관측기구였으며, 보안을 위해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UFO 신봉자들은 미 공군이 로즈웰에서 외계 우주선과 탑승자를 붙잡았다고 여전히 믿는다.

미국인 조지 아담스키는 1952년 11월 콜로라도 사막에서 UFO를 목격하고 금발머리 금성인을 만났으며, 이듬해 이들과 함께 UFO를 타고 우주여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주체험담을 담은 책을 수차례 냈다. UFO 하면 연상되는 접시형 우주선도 그가 공개한 사진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아담스키의 주장은 우주 개발이 진전되며 신빙성을 잃었다. 그는 달에 수목이 무성하고 네 발 달린 짐승이 있으며 금성에서 시가지·호수 등을 봤다고 했지만, 달 착륙과 금성 관측 결과 두 곳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도 예수 그리스도 외계인설, 1969년 달 착륙 위조설, 나치의 남극 UFO기지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화성인 접촉설 등 음모론이 쏟아졌다. ‘미확인 비행물체’라는 명칭 자체가 혼돈의 앞날을 예고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2004년부터 올해까지 군용기에서 관측된 144건의 미확인 비행체 사례를 담은 ‘UFO 보고서’를 지난 25일(현지시간) 공개했으나 외려 의문을 키웠다고 27일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이 보도했다. ODNI는 UFO 대신 ‘미확인 항공 현상’(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UAP)이라는 말을 썼다. 큰 풍선으로 밝혀진 1건을 제외한 143건은 데이터 부족으로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고도 했다. 수많은 과학자와 연구자들은 보고서 내용에 실망했겠지만, 사실조차 음모론에 뒤덮이는 요즘 세상에 걸맞은 결론 같기도 하다.

이용욱 논설위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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