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투기꾼인가? 투자자인가?

2021. 6. 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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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돈을 걸었어. 춤은 추지 마.'

2000년대 초 미국 은행들이 무주택자들에게 돈을 빌려줘 집을 사게 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자 부동산 폭락에 베팅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챙긴 사람들 얘깁니다.

어제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사실상 경질한 데 대해 '투기는 아니더라도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도리와 사회적 책임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에둘러 말했습니다.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맹지를 매수했다는 의혹과 50억 원대 빚을 내 총 90억 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불과 이틀 만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투기 의혹으로 사임한 청와대 비서관은 끝까지 투기가 아니라고 억울해하고, 6월 초 국민권익위 조사에 따라 부동산 투기 혐의로 탈당 및 출당을 권유받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명 중 5명은 '죽어도 못 나간다. 투기가 아니다. 정당한 투자였다.'며 버티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경제학자들도 투자와 투기의 명확한 구별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오를 때를 기다리면 투기, 오르게 만드는 건 투자'라고 했는데, 상당히 정곡을 찌른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요.

문제는 고무줄 잣대로 투자와 투기를 재단하다 보니 부동산판 '내로남불'이 나타나고, 부동산 시장은 자꾸 왜곡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시세차익만을 노린 단기매매는 투기로 규제를 해야 하지만, 낡은 집을 장기간 소유하고 있거나 임대사업자, 주택건설업자 등 시장참여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순기능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정부는 무조건 투기라는 딱지를 붙이니 민간 주택 공급이 좀처럼 늘지 않고 거래절벽이 생기는 거죠.

이번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 투기 의혹의 핵심은 LH 사태로 국민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50억 원대 '빚투'를 한 사람을 버젓이 임명한,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투기꾼인가? 투자자인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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