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하얀 뼈로만 된 이낙연의 글

이규화 2021. 6. 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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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권주자 중 글쓰기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이낙연 전 총리가 단연 유리할 것이다.

그의 글쓰기는 뼈만 남을 때까지 살을 발라내고 덜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가 쓴 저서와 그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은 여럿 나와 있지만, 이번에 나온 '낙연쌤의 파란펜'은 알려지지 않은 이낙연의 글쓰기, 말하기에 관한 것이다.

저자 박상주는 이낙연 전 총리의 소통메시지비서관(연설비서관)을 지낸 전직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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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연쌤의 파란펜 박상주 지음 / 예미 펴냄

현 대권주자 중 글쓰기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이낙연 전 총리가 단연 유리할 것이다. 기자와 논설위원을 20여년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다. 글에도 재야의 고수가 흔할뿐더러 기자라 해서 다 글 잘 쓰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낙연의 글은 군더더기 살점 없는 하얀 뼈로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글쓰기는 뼈만 남을 때까지 살을 발라내고 덜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총리 때도 간단명료한 글을 '신앙'했다고 한다. 책에는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그가 쓴 저서와 그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은 여럿 나와 있지만, 이번에 나온 '낙연쌤의 파란펜'은 알려지지 않은 이낙연의 글쓰기, 말하기에 관한 것이다.

저자 박상주는 이낙연 전 총리의 소통메시지비서관(연설비서관)을 지낸 전직 기자다. 저자는 당시 총리 모습을 '교장쌤'으로 묘사했다. 한 주에 서너 번 정도 있었던 연설문 보고 시간은 총리의 글쓰기 특강 자리였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제목에 '낙연쌤'이라고 썼다.

낙연쌤은 글의 기초인 사실과 진실은 말할 것도 없고 맞춤법, 어휘, 문장까지 세세한 지적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즐겨 쓰는 파란펜으로 연설팀의 초고를 수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파란펜 쌤'이다. 20년 기자 생활을 했던 저자는 글을 좀 쓴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낙연쌤의 글을 접하면서 그만 꼬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여기엔 자신을 낮추는 겸양과 대권주자를 띄우려는 인지상정이 개입돼 있을 것이다. 하나 저자가 예시로 드는 에피소드들을 보면 솔직·담박·투명한 글쓰기에 관한한 낙연쌤은 타협을 모른다.

책은 낙연쌤과 관련한 기록물이자 글쓰기 길라잡이다. 각 챕터의 전반부에는 문호들의 문장론을 설명하고 후반부에는 문호들의 문장론에 대응하는 쌤의 글쓰기 강론을 소개했다. 2019년 7월 제5회 한미동맹포럼 오찬행사 축사는 좋은 예다. 연설팀 초안은 건조하고 가벼웠다. 쌤은 청중의 공감을 자아내는 말이 중요하고 관념어는 빼야 한다고 했다. "제가 소년이 된 뒤로 제 상체를 벗었을 때 갈비뼈가 보이지 않은 때가 카투사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그걸 보았던 제 친구들은 저에게 장기근무를 권유했었습니다." 파안대소하는 청중의 모습이 선명히 떠오른다. 웅대한 한미동맹은 그래서 더 피부에 와닿고 신나는 것이 됐다. 책에는 이런 재미난 일화들이 많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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