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결국 '도박' 선택한 도쿄올림픽

김광태 2021. 6. 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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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논란의 도쿄 올림픽 개막일이 24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올림픽은 예정대로 열릴 전망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도쿄 대회가 완전한 개최 단계에 들어섰다"고 사실상 개최 선언을 한 이후 올림픽 강행 방향으로 확고하게 기수를 틀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올림픽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는 피할 수 있어도 상처뿐인, 위험천만한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대급 위기 속에 치러진다.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연일 2000명대에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또다시 증가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금까지 확인된 변이 중 전염성이 가장 강하다고 경고했던 델타 변이의 세계적인 확산도 걱정이다. 하지만 일본내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일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비율은 인구의 1%에 그치고 있다. 오죽했으면 나루히토 일왕도 올림픽 개최로 코로나19의 확산을 걱정했을까. 일본 국민의 개최 반대 여론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도쿄올림픽 강행 배경엔 정치적 위기에 빠진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IOC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코로나19라는 난관을 극복하고 국제 대회를 완수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스가 총리는 자연스레 임기연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래서 나름대로 축제 분위기를 형성해 실물경제를 자극하고 정치적 치적으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팬데믹 사태로 인해 1년 연기됨에 따라 시설 유지비, 인건비, 코로나 대책 비용 등 3조 4000억원이 추가돼 전체 비용이 17조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역대 가장 값비싼 올림픽이다. 반면 입장권 수입은 5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입장권 수익 자체가 없는 무관중 올림픽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개최를 포기한다면 이 모든 투자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IOC 또한 막대한 수익금을 포기 못한다. 올림픽은 결국 돈잔치다. IOC는 올림픽을 열 때마다 수십억달러의 미디어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수익금을 챙겨간다. IOC는 올림픽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종목별 경기단체와 참가국에 나눠준다. 분배된 수익금은 다음 대회까지 4년 동안 경기 단체의 운영비로 쓰인다. IOC의 힘은 바로 이 엄청난 돈에서 나온다. IOC는 코로나로 각종 대회가 취소되면서 상당수 국제 연맹들이 재정난에 빠지자 긴급 무이자 대출로 이들의 명줄을 연장시켜줬다. 이런 상황인지라 대회 취소는 상상할 수 없는 카드다. 결국 평화와 화합을 도모하는 올림픽 정신은 철저히 돈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현재 도쿄올림픽은 박수 외에는 응원의 함성도 없는 쓸쓸하고 삭막한 풍경이 예상된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지만 해외 관중은 없다. 일본 관중은 경기장 정원의 50%로 최대 1만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개막식 관중만 2만명까지 입장시키기로 했다.

이 모든 사정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의 주인공은 대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려온 선수들이어야 한다. 도쿄올림픽에서는 33개 정식 종목, 339개 세부 경기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탄생한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7개 이상 획득해 종합 순위 10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고 싶다. 동메달 신화를 뛰어넘겠다는 김학범 감독의 남자축구팀, 디펜딩 챔피언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 '슈퍼스타' 김연경(상하이)이 활약하는 여자배구팀의 선전 모습을. 또한 고도의 숙련도와 정신력을 뽐내는 '태극 궁사'들의 활약상도 마찬가지다.

그 뿐인가. 육상계에서 '번개' 우사인 볼트 뒤를 이을 슈퍼 히어로는 누가 될까. 올림픽은 감동과 환희의 잔치다. 선수들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 감동의 무대에 모든 것을 내건다.

하지만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앞두고 여전히 일본정부의 어깃장 또한 걱정스럽고 화가 치민다. 도쿄올림픽 누리집 성화봉송로 지도에 독도를 슬쩍 끼워 넣은 것은 또 뭔가. 욱일기까지 응원도구에 노골적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과연 일본은 세계를 휩쓴 전염병 가운데 공공 보건문제를 극복하고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로 성공시킬 수 있을까. 이번 올림픽만큼은 기대치를 확 낮추고 지켜봐야할 것 같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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