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자동 주차 기술 첫 성과.. "6년뒤 완전자율차 상용화"

이준기 2021. 6. 2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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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집념 레벨4 '오토비' 탄생시켜
중소기업 전기차에 ETRI 자체 AI 탑재
한국형 미래 모빌리티 혁명 기여하고파
父 영향 어려서부터 수학·물리학에 관심
영상·프로그래밍 꾸준한 연구가 큰 도움

이준기의 D사이언스 최정단 ETRI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장

지난 14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컨셉카처럼 생긴 타원형 모양의 차량이 저속으로 시험 운행했다. 마치 넓적한 주사위를 연상케 하는 외관의 차량은 운전석이 없는 국내 최초의 자율주행 레벨4 '오토비(AuotoVe)'.

오토비는 운전자 없이 스스로 ETRI를 운행하는 무인 자율주행 셔틀 차량이다. 오토비는 머지 않아 'ETRI 명물'이 되겠다는 염원을 가득 싣고 연구원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오랜 연구개발 끝에 오토비를 세상에 나오게 한 장본인은 최정단(사진) ETRI 인공지능연구소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장. 그는 여성 특유의 감성과 부드러운 리더십 이면에 자율주행 연구에 대한 강한 열정과 집념이 오롯이 있었기에 마침내 '오토비'는 탄생할 수 있었다.

최 본부장은 "오토비는 중소기업이 만든 전기차에 우리가 개발한 고성능 AI(인공지능)를 탑재해 운전석 없이 특정 구간을 운행하는 국내 첫 완전자율주행 차량"이라며 "2027년 세계 최초로 운전자 없는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상용화된 자율주행차는 운전석이 있어 필요시 운전자 개입이 이뤄지는 레벨 2∼3단계에 와 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그는 "한 때 기술적 한계로 인해 자율주행차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AI(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등 첨단 ICT와 융합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율주행차 시즌2'로 불릴 정도로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다시금 찾아온 자율주행차 관련 산업 생태계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기 위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우수한 기술과 역량을 지닌 플레이어들이 협업과 혁신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앞으로 완전자율주행차 시대를 열기 위한 관건은 핵심 기술인 카메라와 라이다(LiDAR)가 지닌 장점과 단점을 융합해 얼마나 지능화·고도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달려 있다"면서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약자와 교통 취약지역 주민을 위한 주문형 이동 서비스에 완전자율주행차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TRI와 만나 '자율주행 연구 씨앗' 키워= 최 본부장은 어릴 적 항상 무엇인가를 잘 만드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수학과 물리에 관심이 많았다. 성적도 좋아 당시 인기가 높았던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선 평소 관심이 많았던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를 전공하면서 본격적인 연구자 길에 들어섰다. 여름방학 때는 대전에 있는 KAIST에 내려와 3D 영상과 그래픽스 등에 관한 실험에 참가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고, 그 덕분에 KIST 부설 시스템공학연구소(SERI)를 알게 됐고, 이후 취업에도 성공했다.

시스템공학연구소가 ETRI에 통합되면서 최 본부장의 연구영역은 확장되기 시작했다. 입체영상을 만드는 것부터 디지털 콘텐츠, 3D 애니메이션 제작, 컴퓨터 그래픽 등으로 그의 연구 분야는 넓혀져 갔다. 최 본부장은 당시 SBS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구미호' 등 여러 작품의 컴퓨터 그래픽스 작업에 직접 참여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또한 하천 오염도를 시각화해 주는 가시화 프로그래밍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는 "SERI를 거쳐 ETRI에 들어와 영상과 그래픽스 분야 연구를 지속해 왔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연구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면서 "그 영향으로 자율주행차 분야까지 연구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됐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첫 성과…김 여사 위한 '자동주차 기술' 선봬= 2009년 영화 '아바타' 흥행에 힘입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3D 분야는 기술 활용에 따른 제약으로 서서히 암흑기로 접어 들었다. 3D를 포함한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가 쇠퇴기를 맞으면서 최 본부장 역시 연구과제 수주에 어려움이 닥쳤다.

그러던 중 그는 "그동안 연구하고 경험한 영상을 자동차에 접목해 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갖고 자율주행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도로에 센서를 깔아 차량이 센서 정보를 실시간 인식해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 초기 단계 연구에 나선 것이다.

최 본부장은 "디지털 콘텐츠를 연구할 당시 사람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센서 움직임을 그대로 화면 속 아바타에 입혀 마치 사람과 똑같이 춤을 추도록 연구한 것을 사람 대신 차량에 적용한 것이 자율주행차 연구의 첫 시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작한 그의 첫 자율주행차 관련 연구 성과는 '자동발레주차 기술'이었다. 당시 여성 운전자 급증으로 지하 주차장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았다. 최 본부장도 마찬가지였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연구로 인해 귀갓길이 늦어지자 가족들의 걱정이 커져만 갔다. 그는 차량에 달린 카메라에 주목했다. 카메라만 달아도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카메라가 차량의 '눈' 역할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차량에 자동차 센서, 초음파 센서,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장착해 스스로 차량이 주차장을 찾아가 주차 공간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자동발레 파킹기술' 개발하고, 시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 본부장은 "당시 주차보조시스템(PAS)과 같은 자동주차 관련 기술을 탑재한 상용차가 있긴 했지만, 운전자의 주차 동작을 도와주는 수준에 그쳤다"며 "자동발레 주차기술은 운전자가 변속기어나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작동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차공간을 찾아 주차하고, 주차된 위치와 주변 영상을 다시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준다"고 설명했다. 운전 초보자나 노약자, 장애인 등 교통 약자들의 든든한 주차 도우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당시 큰 주목을 받았고,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그의 연구는 탄력을 받게 됐다.

◇클라우드·AI와 만나 완전자율주행차 시대 '성큼'= 최 본부장은 클라우드, AI 등 첨단 기술을 자율주행차에 접목하는 등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에 나섰다.

먼저, 자율주행차의 안전 운행에 가장 핵심인 지도를 보다 정밀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을 시도했다. 정밀 지도 생성에 투입되는 고가의 특수 측량장비 대신 다양한 센서를 장착한 스마트 자동차를 활용한 것이다.

스마트 자동차를 활용해 주행 중 노면 표시, 도로주변 경계, 신호등 위치 등 도로 속성과 공사구간, 일시적 차량 통제 등 실시간 주행환경정보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고, 이를 기반으로 맵 소프트웨어가 차선 오차범위 20㎝ 수준으로 정밀한 자율주행 지도를 자동 생성하는 '자율주행 정밀 맵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카메라 센서와 저가형 GPS가 장착된 스마트 자동차에서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주행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사전에 예측·대응할 수 있는 자율주행 맵을 생성하는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최 본부장은 자율주행차의 일반 도로 운행을 위한 자율주행 임시운행허가를 획득해 2017년 광화문 일대 700m 구간에서 일반인을 탑승한 자율주행차 운행 시연에 성공해 다시 한번 업계의 조명을 받았다.

이후 그의 연구는 AI과 만나 더욱 고도화됐다.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에서 얻은 정보를 실시간 처리해 주변 환경과 객체 등을 인식한 후, 스스로 주행 경로를 생성해 주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날씨에 상관없이 매일 도로에 나가 수집한 1400만 장에 달하는 도로교통환경 데이터가 있었기에 고성능 AI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최 본부장은 "주간, 야간, 우천 등 비정형 주행 환경에서 도로 10만㎞를 주행하면서 확보한 국내 최대 규모의 운전자 주행 환경 데이터로, 데이터 용량만 200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라며 "우리가 확보한 데이터는 도로, 차량, 신호등, 후미등, 차량 움직임 등 7종의 데이터로 구성돼 현대자동차, 카카오, 네이버랩스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활용할 정도로 우수한 데이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복잡한 주행 상황에서도 안전 운행을 구현하고, 다른 운전자의 주행 의도를 파악하는 등 자율주행 AI 기술을 고도화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 빅데이터 구축과 도로에 센서를 부착한 첨단 도로 인프라, 차량과 주변 상황을 실시간 연결하는 V2X 통신 등 다양한 융합기술 발전을 통해 안전성 향상과 기술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최 본부장은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2027년에 완전 자율주행차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목표를 반드시 이루고 싶다"며 "돌이켜 보면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될 때까지 해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연구해 온 만큼, 완전자율주행차 개발을 계기로 미래 모빌리티 혁명에 기여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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