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옷에 관심없다, 무대위 인물이 중요할뿐

박지현 2021. 6. 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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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년 6월 18일, 독일 왕실의 극장이었던 베를린의 콘체르트하우스에서는 낭만주의 음악가 칼 마리아 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가 초연됐다.

베를린에 거주중인 김환은 28일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성악가며 무용수를 해외의 유명 극장 무대 정면에서 보는 것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된지 오래지만 백스테이지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며 "크레이티브팀, 스태프들 중 동양인이나 흑인을 보는 것은 힘들고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무대예술이 개인예술이 아닌 공동예술이기 때문인데 이런 집단 안에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외국인이 새로 들어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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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백스테이지 점령한
무대의상 디자이너 김환
발레 의상부터 오페라까지
따가운 시선 견디며 커리어 쌓아
무대의상은 패션과 또다른 영역
작품 속 인물에게 신뢰 입히는 일
안무·대사·음악 줄줄 꿸만큼 공부
1821년 6월 18일, 독일 왕실의 극장이었던 베를린의 콘체르트하우스에서는 낭만주의 음악가 칼 마리아 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가 초연됐다. 그해 2월에 문을 열었던 신생극장은 어느덧 올해 200살을 맞이했고 이를 기념하는 공연으로 '마탄의 사수'가 200년 전과 같은 날이었던 지난 18일 현지에서 다시 올려졌다. 크리스토퍼 에셴바흐의 지휘로 성황리에 끝난 이날 공연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크레딧. 카를루스 파드리사 연출과 드라마투르그 다음에 한국인 무대의상 디자이너 김환(41·사진)의 이름이 올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 졸업을 앞두고 있던 김환은 2010년 베를린예술대에 입학해 무대의상 학사와 박사를 마치고 유럽 극장에서 인정받는 신진 디자이너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베를린에 거주중인 김환은 28일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성악가며 무용수를 해외의 유명 극장 무대 정면에서 보는 것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된지 오래지만 백스테이지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며 "크레이티브팀, 스태프들 중 동양인이나 흑인을 보는 것은 힘들고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무대예술이 개인예술이 아닌 공동예술이기 때문인데 이런 집단 안에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외국인이 새로 들어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김환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15년. 베를린의 유명 공연장인 라디알시스템에서 베를린국립발레학교가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불새'를 무대에 올리게 됐고 무대의상 제의가 그의 스승인 플로란스 폰 게아칸 교수에게 왔다. 하지만 게아칸은 김환에게 의상을 디자인하도록 역으로 제안했다. 소위 '듣보잡'이었던 김환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는 성공적으로 작업을 마무리 했고 이후 잘즈부르크페스티벌 무대의상 디자이너로 참여하면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갔다.

그가 의상 디자이너로서 주로 활동하는 오페라는 음악과 문학, 연극, 미술, 무용 등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음악과 극적인 요소만 신경쓸 때가 많다. 하지만 예술에 있어 중요하지 않은 요소는 없다. 김환은 "무대의상은 극중 인물이 무대라는 공간 안에서 극중 인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 인물을 믿게 만들어주는 작업"이라며 "무대의상은 단순히 배우를 장식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차원을 넘어서는 작업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웃길지 모르겠지만 저는 옷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그랬다면 패션을 했을 것"이라며 "제 관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다. 무대 안 인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표현수단이 무대의상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환은 "무대의상 디자이너에게는 인간과 공간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대의상을 만들기 위해 기본적으로 작품의 텍스트를 외울 정도로 분석하고 옆에서 툭 치면 노래할 수 있을 정도로 오페라 음악을 반복해 듣는다. 무용의 경우에도 안무를 전부 머리에 넣고 작업하는데 독일에서 작품을 올리는 경우 평균 1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의상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김환은 "조만간 잠시 한국에 왔다가 다시 독일로 돌아가 연출가 카를루스 파드리사와 다음 작업을 준비할 예정"이라며 "제 심장을 갖다 바친 좋은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내는 것이 내 꿈이고 향후 독일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다음 세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먼저 길을 가고 있는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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