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에 정책연대까지..민주당, 들썩이는 '반이재명' 전선

김상범 기자 2021. 6. 28. 17: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일정이 시작하자마자 대선 주자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28일 “다음달 5일까지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라고 밝히면서 유력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한 후발주자들의 합동 전선이 한층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일찌감치 손을 잡고 이재명 경기지사에 치우친 여권의 대권 지형도를 변화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정치공학적인 연대뿐만 아니라, 정책·공약 면에서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한 공세와 차별화 시도, 각 후보간 ‘정책연대’ 등이 줄을 이으면서 여권 대선판의 ‘반이재명 전선’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달 5일까지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들은 발표문을 통해 “정권재창출의 소명으로 깊은 대화와 합의를 통해 7월5일까지 먼저 저희 둘이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공동행동의 일환으로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음달 5일을 단일화 시한으로 잡은 것은 예비경선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 시작일인 9일까지 나흘 동안 다른 후보들의 합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의원을 돕고 있는 전재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희들이 대단히 싫어하고 경계하는 것이 반이재명 연대라는 프레임”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책·공약 면에서는 이미 이 지사를 향한 다른 주자들의 견제 구도는 ‘확전’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신자유주의적 속임수(최문순 강원지사)”,“쌀독은 누가 채우나(이광재 의원)”, “기본소득할 돈으로 공공주택 20만채 짓겠다(양승조 충남지사)” 등 이 지사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에 대한 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자신의 신복지제도 구상인 ‘국민생활기준 2030’으로 기본소득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27일 법인세·소득세를 깎아 투자·고용을 촉진하자며 감세론을 내세웠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이나 다른 후보들의 현금성 복지정책에 증세가 필연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을 매개로 한 후보들 사이 연대도 활발하다. 이날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은 후보 단일화 방침을 밝히기 앞서 자본시장 개혁 관련 공약을 함께 발표했다. 정 전 총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공매도 제도 개편을, 이 의원은 장기보유 주식에 대한 세제혜택과 우량주 분할매수를 가능케 하는 ‘소수점 매매’(주식을 1주가 아니라 0.3주나 0.5주 등 소수점으로 쪼개 매매하는 제도) 도입을 각각 주장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이 의원이 공동 정책토론회를 열고 군공항 이전 및 도심공항 고도 제한 완화 문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공학적인 연대를 맺기에 앞서 정책 방면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우회적인 제휴를 맺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예비후보 컷오프 전까지 총 4차례의 TV 토론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정책토론 과정에서 이 지사를 향한 다른 후보들의 ‘십자포화’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예비경선일이 가까워질수록 물리적인 합종연횡 가능성도 점차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군소후보들의 단일화가 ‘찻잔속 태풍’에 그칠 거라는 해석도 있다. 정 전 총리나 이 의원의 지지율이 미약해 단일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1~2%대 지지율에 그치는 김두관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등이 후보 단일화에 합류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전 총리를 제치고 여권 내 3위에 오른 박용진 의원이나,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단일화보다는 독자 행보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