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확보가 곧 생존"..시진핑, 핵개발 때처럼 반도체에 올인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2021. 6.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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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 100년, 기로에 선 시진핑]
<중> 자립자강에 사활
화성 탐사선 등 우주개척 나서고
뒤진 반도체 신기술로 극복 총력
자국산 항공기도 상업비행 코앞
"미래기술 보유가 무역전쟁 승패"
올 R&D투자만 2조7,000억위안
"美 제재에 자립 쉽잖아" 지적도
사진 설명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베이징의 항공우주관제센터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서울경제]

전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의 17년 보조금 분쟁이 마무리된 지난 15일 지구 반대편의 중국이 들썩거렸다. 중국 매체인 관찰자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갑자기 다툼을 그친 것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며 “미국이 급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국유 항공기 제작 회사인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가 자체 개발한 첫 중대형 항공기 C919를 최근 내놓았고 이르면 올해 안에 상업 비행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그동안 코맥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분쟁에서 어부지리로 판로를 마련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과 함께 중국을 조여오는 포위망이 항공 산업에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독자 기술 개발과 내수 경기 확대로 이른바 ‘자립자강’에 힘을 쏟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을 거치면서 첨단 기술의 보유 여부가 결국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 확보는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의 존립과도 직접 관계된다. 중국은 기술 개발에 독해졌다. 시진핑은 5월 말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중국과학원·공정원 등의 과학자와 엔지니어 3,000여 명을 불러 모아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국가 발전의 전략적 버팀목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의 자립자강 전략은 크게 투트랙이다. 국가보조금 등을 통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해외 기술 도입에도 힘을 쏟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초에 발표한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 발표에서 올해 연구개발(R&D) 투자액을 지난해 대비 10.6% 늘어난 2조 7,000억 위안으로 책정했다.

또 매년 연구개발비 증가율을 7%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14·5계획에서는 항공기 엔진 등 8대 신산업 육성 분야와 반도체 등 7대 첨단 과학기술 연구 분야를 확정하고 개발해나가기로 했다.

중국은 우주기술에서 부쩍 성과를 내고 있다. ‘베이더우’라는 이름의 독자 위성항법시스템을 완성해 운영하고 있는 중국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에도 속도를 내면서 미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주·심해 분야 등은 당장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모두 미래 기술과 관계된 사업들로 꼽힌다.

산업 기술 개발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반도체 산업 육성이 대표적이다. 최근 중국 경제 수장인 류허 부총리가 반도체 산업을 관할해 맡도록 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방정부 단위에서도 사령관과 유사한 ‘공급망 책임자’를 속속 임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 실리콘 공법에서는 뒤처졌던 중국이 3세대 반도체에서는 앞서도록 기술 개발을 하겠다는 각오다. 쑨쉐궁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경제연구소 소장은 “핵심 기술 부족에 따른 반도체 산업 지체는 중국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라며 “2019년 기준 반도체 자급률은 15%로, 그해 3,055억 달러를 수입했는데 이는 석유 수입보다 많았다”고 토로했다.

유럽연합(EU)과의 투자 협정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반도체 산업 협력에 대해서도 한국 등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 중국이 1960년대 핵폭탄을 개발할 때처럼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1950년대 미국의 봉쇄와 소련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군비 확장에 나서 1964년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중국 경제는 지난 100년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1970년대 문화대혁명의 광란을 지나고 1978년 이른바 ‘개혁개방’을 선언한 중국은 해외의 기술을 도입해 중국에서 생산, 해외에 수출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공식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포함되면서 막대한 이익을 누렸다.

한계도 뚜렷했다. 저임금을 이용한 가공무역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높은 첨단제품 개발을 위한 ‘중국제조 2025’라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기업에 대한 보조금과 기술 탈취, 특혜 등의 시비에 휘말리며 미중 무역전쟁의 빌미가 됐다. 3년간의 무역전쟁에서 맷집을 키운 중국은 미국 등 외부의 불공정 정책 비난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수준이 됐다. 양바이링 전 중국과학원 부원장은 “미국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중국이 배제돼 우리가 독자 우주정거장을 개발했듯이 미국의 기술 규제가 중국 기술의 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야망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의 자립자강 노력에 이미 타격을 입히고 있다. 반도체만 해도 미국 장비 수입이 막히면서 한 자릿수 나노(㎚, 10억 분의 1m) 공정 개발에 진척이 전혀 없다. 스콧 해럴드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 분석가는 “미국 등 서방의 기술수출 제한 등 제재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핵심 기술이나 자본을 획득하는 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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