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문자의 옥'이 왔다"..칼럼 내리고 후원금 모집 중단한 홍콩 언론
[경향신문]
홍콩 민주진영 성향의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이 “홍콩에 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며 칼럼을 내리고 후원금 모집을 일시 중단했다.
입장신문은 27일 밤 페이스북에 공고를 내고 “지난 1년 간 홍콩보안법이 우리에게 익숙했던 홍콩을 변화시켰지만 성역없이 보도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다만 홍콩에 이미 ‘문자의 옥’이 왔기 때문에 후원자와 필진, 편집위원 등을 보호하기 위해 다섯 가지를 공지한다”고 밝혔다. 문자의 옥은 중국 명·청 왕조시대 벌어진 대대적인 사상탄압 사건들을 말한다. 서책이나 시구 등에 나온 문구나 단어를 빌미 삼아 반역 혐의가 있다며 지식인들을 무더기로 숙청해 ‘문자의 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지를 보면 입장신문은 올해 5월 이전 게재된 블로그 글, 칼럼 등을 일단 내리고 필자와 계속 발간 여부를 논의한 뒤 다시 재간행하기로 했다. 필진 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급작스러운 폐간으로 후원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신규 후원금 모집은 당분간 중단한다.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5월 기준 반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재입사 의사를 타진해 재계약도 진행했다. 공민당의 마거릿 응 전 입법회 의원 등 자사 이사회의 이사 8명 중 6명도 사임했다.
입장신문은 9~12개월 동안 버틸 수 있는 재정여력이 있으며 직원들도 대부분 회사에 남아 있기를 택했다고 전했다. 필요시 시민들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입장신문은 우산혁명이 있었던 2014년 12월에 창간했다.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적극적인 온라인 생중계로 경찰의 시위대 탄압을 전달해 관심을 끌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빈과일보 폐간 이후 당국의 단속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를 내놓은 매체는 입장신문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홍콩 침례대 브루스 루이 강사는 “빈과일보 폐간 이후 입장뉴스 경영진은 자신들이 다음 타깃이 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콩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구성원인 로니 퉁은 SCMP에 “글을 내리고 간부들이 사임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죄를 지었을 당시 누가 책임자였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빈과일보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SCMP는 빈과일보 논설위원 펑와이쿵이 지난 27일 밤 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돼 보안법상 ‘외세와 결탁’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펑와이쿵은 1997년부터 빈과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했으며 빈과일보 영문판 편집장도 맡았다.
앞서 지난 23일 홍콩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빈과일보의 논설위원 융칭키를 외세와 결탁한 혐의로 체포했다. 빈과일보는 융칭키가 체포된 이후 폐간을 선언했다. 펑와이쿵의 체포로 빈과일보 관련 체포된 이들은 7명으로 늘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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