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유지..금융권 "인적혁신 없이 혁신금융?"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25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하면서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CEO) 자리는 유지하기로 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직접 금융업 라이센스를 받지 않았지만 사명에서 드러나듯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고 금융업이 다른 업권보다 엄격한 CEO의 자질이 요구되는데도 이같은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또 '인적 혁신'조차 못하는 네이버가 혁신금융을 표방하는 것의 타당성을 훼손할 수 있으며 이는 네이버에 대해 기존 금융사와 달리 느슨한 규제를 적용하며 빅테크에 판을 깔아 줬던 금융위원회와 감독당국에도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은 최 COO의 네이버파이낸셜 CEO직 유지에 대해 "금융업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28일 "금융권에서 이 정도 사안으로 징계를 받은 임원이 다른 계열사나 사업 본부로 옮겨 대표직을 맡을 수는 없다"며 "금융당국 눈치도 봐야 하는 데다 그 전에 이사회가 그룹 전체 이미지를 고려해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여전업계 역시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 대표의 CEO직 유지에 대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일갈했다. 카드사 관계자도 "여전업계에서는 당장 문제가 될 사안"이라며 "한쪽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면 다른 쪽에서도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최 COO는 가해 임원을 직접 영입했다. 일부 직원이 당시 그의 평판을 듣고 반발했지만 최 COO는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답하며 비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피해 직원을 포함한 직원들이 다시 최 COO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지만 최 COO는 오히려 약 2주 뒤 가해 임원을 승진시켰다. 문제를 제기한 직원 일부는 해임됐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이라며 네이버 밀어주기를 해 온 것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피력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잘 드러내는 사례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는 대주주·임원에 대한 적격성 심사가 매우 엄격하다"며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배구조 리스크'는 그만큼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카카오뱅크나 카카오증권 등 카카오 계열사처럼 금융회사 라이센스를 받지 않는 '규제회피' 전략을 쓰면서 대주주·임원 자격심사까지 피해 왔다.
이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임원의 자격 요건을 타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까다롭게 설정한 것과 배치된다. 금융회사는 민간기업이지만 공적인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것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은행법 등은 '금융사의 공익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익성 저해 여부는 지배구조법 시행령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판단한다.
'인적 혁신' 없는 네이버의 '혁신금융'이 허울 뿐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적 혁신은 혁신 금융의 기본 전제"라며 "사람이 그대로인데 조직이나 업무방식, 상품과 서비스 등이 혁신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네이버가 말하는 '혁신금융'이 사실은 실체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우수한 인력과 수평적 조직 문화를 혁신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책임이 있는 사람을 그대로 대표로 둔다는 건 혁신할 생각이 없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네이버 노동조합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 COO를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물론 모든 계열사 임원과 대표직에서도 해임할 것을 요구한다"며 "네이버뿐만 아니라 전 계열사에서 경영자로서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구성원을 고통스럽게 하고 조직을 병들게 한 임원(가해 임원)의 잘못된 행동에 오히려 면죄부를 부여한 데 대해 최 COO가 실질적이고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 노조는 오는 29일부터 최 COO의 사퇴와 재발방지 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는 출근길 피켓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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