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네이버 쇄신, 이해진 왕국부터 깨라

장우정 기자 2021. 6. 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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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글로벌 기업처럼 변하는데, 삼성 출신들이 창업해 옛 삼성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기업."

최근 한 네이버 직원이 오랜 기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회사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직원 사망 사건의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힌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삼성SDS 출신으로 1999년 네이버 창업 당시부터 이해진과 한 배를 탄 '그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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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글로벌 기업처럼 변하는데, 삼성 출신들이 창업해 옛 삼성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기업.”

최근 한 네이버 직원이 오랜 기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회사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카카오에 이은 시가총액 4위(66조원),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웃도는 글로벌 기업인 네이버에는 실은 톱다운(상명하달식) 방식의 의사결정, ‘까라면 까라’는 군대 문화가 여전히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어느 산업보다 빠르게 변화한다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그것도 업계 1등 기업인 네이버가 이렇다는 사실은 구구절절 설명을 달지 않아도 젊은 직원들이, 개발자들이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는지 짐작케 한다. 꼭 ‘요즘 직원들’만이 아니다. 네이버를 떠나 다른 회사를 경험해 본 유망한 중진급들은 ‘웃돈’을 얹어준 데도 다시 네이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얘기한다.

네이버 조직 문화의 뿌리에는 ‘삼성SDS 출신의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그 핵심 측근 그룹인 이른바 ‘C레벨’ 임원들이 있다.

이번 직원 사망 사건의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힌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삼성SDS 출신으로 1999년 네이버 창업 당시부터 이해진과 한 배를 탄 ‘그의 사람’이다. 네이버가 이번 사건으로 회사 안팎의 큰 비판에 직면했는데도 네이버 COO에서만 물러나고,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해피빈재단 대표 등 계열사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깊은 신뢰가 작용했을 것이다.

현재 이해진 창업자와 함께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모두 네이버 창업 당시, 또는 직후 뛰어든 ‘개국공신들’이다. 이들보다는 늦었지만, 한성숙 최고경영자(CEO) 역시 초창기부터 검색, 서비스를 비롯한 네이버 성장을 일궈나가는 데 전면에서 활동해 온 인물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21년 현재까지 이들은 요직에서 이해진 창업자를 중심으로 끈끈하고 견고하게 뭉쳤고, 네이버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전문성이 떨어지는데도 너무 오래 리더십을 이어간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다.

네이버는 지난 25일 직원의 사망 사건 관련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극소수 경영리더(C레벨)에게 집중돼 온 권한을 연말까지 분산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벌써 네이버 문화를 잘 아는 관계자들은 이른바 이해진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성골’들이 그 자리를 ‘나눠 먹기’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들만의 왕국’은 계속될 것이고, 곪을 대로 곪아버린 조직 내 상처는 재차 이런저런 모양으로 터져 나올 게 뻔하다. 네이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왕적 수직 구조의 조직 문화를 혁신하는 등 리더십의 대전환에 나서지 않는다면 네이버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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