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노동·땀에 대한 묵직한 질문..연극 '스웨트'

박지현 2021. 6. 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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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는가.

이미 정착된 카스트 속에서 개인의 가치와 지나온 노동의 세월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연극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은 노동의 가치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자 했던 이들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쓸모 없어지고 어떻게 버려지는지 그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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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 국립극단 제공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는가. 아침마다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가며 흔들리는 차창에 몸을 싣고, 각자의 일터에서 매일 매일 구슬땀을 흘리면서 살아온 시간들은 한 달에 한 차례 통장에 찍히는 금액으로 보상받는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노동은 신성하다고 하지만 작금의 세태는 노동자를 처참하게 만든다. 물가인상률보다 턱없이 낮은 임금 상승률은 수년째 이어져 왔고 신입 때 초롱초롱했던 눈빛을 점점 탁하게 만든다.

노동의 가치는 자본의 가치에 잠식된지 오래다. 여기에 기계와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가면서 생산직이건 사무직이건 결국엔 노동자의 자리를 대체해나간다. 땀과 노동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어리석고 무위도식하며 자신의 자본을 적당한 곳에 투자하는 사람이 더욱 훌륭하다 인정받는 사회. 이미 정착된 카스트 속에서 개인의 가치와 지나온 노동의 세월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연극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은 노동의 가치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자 했던 이들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쓸모 없어지고 어떻게 버려지는지 그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인간이 부속품으로 전락하고 언제든 대체 가능한 기능품이 되는 사회에서 그 너머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는 작품이다.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 국립극단 제공
작품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펜실베니아의 철강 산업 도시 '레딩'을 배경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20년 넘게 함께 같은 공장에서 기름밥을 먹은 신시아와 트레이시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트레이시는 그들의 부모세대부터 그 자신까지 수십년 동안 아주 부유하진 않아도 나름 윤택한 삶을 살게 했던 공장에서의 노동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의 친구 신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느날 공장 내 생산라인 직원 가운데 관리자를 뽑는다는 공고가 붙고 둘 다 지원한 자리에 신시아만이 관리직으로 붙으면서 점차 내부에 심상치 않은 변화들이 일어난다. 점차 공장 생산 라인에 기계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공장이 멕시코로 이전된다는 소문이 들리자 노조는 파업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로 인해 중단된 생산라인에 라틴계 노동자들이 저렴한 인건비로 들어가 자리를 차지한다. 생산직 노동자를 보호하고자 했던 신시아는 더 이상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트레이시와 동료들에게 삭감된 임금을 받아들이라 제안하지만 배신감을 느낀 트레이시는 신시아에게 등을 돌린다. 결국 이어진 해고와 직장폐쇄는 트레이시에게 굴욕감을 안겨주고 분노로 가득찬 마음의 불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어느날 그들의 유일한 쉼터였던 스탠의 바(bar)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난다.

2017년 퓰리쳐상을 받기도 한 이 작품은 미국 내에서도 초연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동의 문제와 경제불평등이라는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 뿐 아니라 인종 차별의 문제 또한 작품 속에서 섬세하게 녹여냈다. 각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마음을 후벼파는 씁쓸함이 공연이 끝난 후에도 머릿속을 계속 찌르는 작품이다. 공연은 7월 1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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