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칭] 모두가 그의 추락을 엿보고 즐겼다.. 전설적 팝스타에게 13년간 벌어진 일

손호영 기자 2021. 6.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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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프레이밍 브리트니'
'후견 해제' 두고 법적 공방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2000년, ‘LUCKY’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왓챠

“13년의 인생을 되찾고 싶다. 그동안 내 의지에 반해 주 7일 하루 10시간을 쉬지 않고 일했다. 마치 성매매 여성 같았다. 정신과 약을 억지로 먹었고, 피임기구(IUD)를 제거하는 시술을 하지 못하도록 아버지가 통제했다. 신용카드·현금·전화·여권·카드 등 모든 재산을 빼앗고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한다. 나는 매일 울고 있다. 나는 누군가의 노예가 아니다….”

23일(현지 시각) 미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고등법원에서 전설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23분간 속사포처럼 호소했다. 2000년대 팝의 아이콘이자 마이클 잭슨·마돈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아메리칸 스윗하트’. 그런 그가 2008년부터 13년째 법정 후견인인 친부에게 부당하게 속박돼 억압된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하는 모습은 대중에게 충격을 안겼다.

[기사 보기] 브리트니 스피어스 “13년간 아버지가 착취… 후견인 자격 박탈해달라”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올해 초 뉴욕타임스가 제작해 공개한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Framing Britney Spears)’를 보면 그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동시대 최고의 팝스타로 최정상의 인기를 누렸지만, 대중의 과도한 관심과 파파라치·가십 문화로 고통받아야 했던 그의 삶을 조명한다. 후견인으로서 재산과 커리어를 비롯한 브리트니의 모든 개인 생활 통제권을 가진 아버지 제임스 스피어스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프리 브리트니 운동(#FreeBritney)’에 대해서도 다룬다.

◇”내 딸은 부자가 될 겁니다”

부친 제이미 스피어스(왼쪽)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모습./X17

다큐멘터리는 브리트니의 전 스타일리스트와 그의 재능을 처음으로 발굴한 에이전트, 데뷔 전부터 전성기까지 내내 함께한 비서, 변호인 등 주변인들을 통해 브리트니와 부친 제이미 스피어스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모친이 브리트니의 오디션을 위해 함께 기차로 뉴욕을 오가고, 사방팔방으로 돈을 빌려 노래 수업을 시키는 동안 부친의 존재감은 미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변인들은 제이미에 대해 “브리트니의 곁에 있지 않았다” “알코올중독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체육관 사업을 하다 파산했다” “브리트니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돈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브리트니의 첫 에이전트는 “부친과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며 “그가 나에게 했던 유일한 말은, ‘제 딸은 부자가 되어서 제게 요트를 사줄 겁니다’란 말이었다”고 전한다.

그러던 그가 2008년 브리트니의 후견인을 자처한다. 법원은 브리트니의 정신건강과 잠재적 약물남용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제임스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했다. 5900만 달러(약 680억원)에 달하는 브리트니의 재산과 향후 사업에 대한 결정권이 그에게로 갔다. 브리트니는 곧바로 활동을 재개했고, 이후엔 거의 쉬지 못했다. 제임스는 매달 1만6000달러(약 1820만원)의 월급과 2000달러(약 230만원)의 사무실 임대료를 가져갔고, 브리트니에겐 주마다 용돈을 지급했다.

다큐멘터리는 미국의 후견인 제도가 주로 자신의 신체나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한 제도로 활용된다고 전한다. 마흔 살의 브리트니는 정말 인생을 스스로 영위할 능력이 없는 걸까. 그는 아버지의 속박 아래서도 2019년까지 2~3년마다 정상적으로 앨범을 냈고, 4년간 안무를 직접 짜고 댄서들을 이끌며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했다. 2018년에만 한화로 616억원을 버는 등 라스베이거스 공연 사상 역대 최고 금액을 벌어들였다는 통계가 그 질문의 답이 될듯하다.

◇'아메리칸 스윗하트'를 향한 이중적 시선

2000년대 최고 팝스타로 전세계적 인기를 누리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뉴욕타임스

2000년대 브리트니는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며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웠다. ‘마이클 잭슨·마돈나 이후 가장 사랑받은 팝스타’란 수식어는 과장이 아니다. 1998년 데뷔 싱글 ‘베이비 원 모어 타임(Baby One more)’의 대성공 이후 발매한 정식 앨범은 전 세계에서 2500만장 팔렸다. 엔싱크·백스트리트 보이즈 등 보이그룹의 전성시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여성 팝스타. ‘웁스, 아이 디드 잇 어겐(Oops…! I Did it again)’, 스트롱거(Stronger), 톡식(Toxic)’으로 연달아 전 세계 음반차트 1위를 석권하며 명실상부 세계 최고 팝스타로 발돋움했다.

열일곱 살이던 데뷔 초 옆집 소녀 같은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사랑받던 브리트니는 점차 성적 매력을 발산하며 미국 최고의 섹시스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다큐멘터리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당돌한 소녀의 모순적 매력이 일부 대중에겐 불편함을 불러왔다고 전한다. 게다가 당시는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로 전 세계가 격앙된 시기였다. 미디어는 전에 없던 방식으로 섹스를 논하게 됐고, 그런 사회 분위기가 브리트니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공개적으로 성적인 질문을 받고 답해야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왓챠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천박한 여자’로 다루려는 미디어와 부딪혔고, 인터뷰마다 “첫 경험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정점을 찍은 사건은 바로 남자친구 저스틴 팀버레이크와의 열애였다. 브리트니에 비해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던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열애 이후 톱스타로 급부상했다. 브리트니의 3집 발매 이후 둘은 헤어졌는데, 이때부터 브리트니는 대중의 가혹한 공격을 받았다.

◇”나는 여성혐오의 수혜자였다” 전 남자친구의 사과

저스틴은 결별 후 발매한 싱글 뮤직비디오에서 전 애인을 탓하는 내용의 가사를 쓰고, 금발 여성을 뮤직비디오에 등장시켜 브리트니 스피어스인것처럼 연출했다. 지금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다큐멘터리에선 “왜 그에게 상처를 줬느냐” “당신이 뭘 했기에 헤어진 거냐”는 질문을 연속해서 받는 브리트니의 모습이 등장한다.

브리트니는 그 당시 언론에서 “결혼 전까지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저스틴이 나눈 인터뷰가 브리트니의 명성과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했나요? 예·아니오로 답해요”. 저스틴은 “예”라고 답한다.

미국 잡지에 실린 저스틴 팀버레이크(왼쪽)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모습./왓챠

다큐멘터리가 공개되고 팀버레이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는 여성혐오(misogyny)를 용인하는 제도에서 수혜를 입었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을 끌어내려서 얻는 혜택을 받고싶지 않다”며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공개 사과했다.

◇머리 밀고, 차 부수고… 그날 그에게 무슨 일이

여러 스캔들에도 불구, 그는 여전히 세계 최정상의 톱스타였다. 인기의 대가는 가혹했다. 그의 주변엔 늘 파파라치 수백명이 붙었고,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브리트니의 사진 한 장에 최고 100만 달러(11억 여원)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그의 행동을 매 초마다 담은 사진들은 고스란히 ‘나쁜 엄마' 프레임의 증거로 쓰였다. 파파라치들은 브리트니에게 달려들어 아이를 떨어뜨릴 뻔 하게 만들고는 사진을 찍었다. ‘한 손으로 아기를 드는 나쁜 엄마'란 헤드라인이 붙은 잡지가 나왔다. 하루는 아이와 함께 있을 때 파파라치들이 차 문을 두드렸다. 놀란 브리트니가 아이를 무릎에 태운 채로 급히 출발한다. 이 사진이 공개되고 브리트니는 “아이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격한 비난에 휩싸인다. 그러던 어느 날 브리트니는 별안간 미용실에 들어가 “사람들이 날 자꾸 만지는 데 정말이지 신물이 난다”며 바리깡으로 머리를 직접 밀어버렸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이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브리트니는 또 한번의 위기를 맞는다.

두 아들과 관련한 문제로 불안정하던 브리트니에게 파파라치들이 다가가 자극한다. 사진이 공개되면서 브리트니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왓챠

브리트니는 이날 전 남편을 찾아가 아이를 보여달라고 호소했지만 거절당했다. 자식을 보지 못해 불안정하던 브리트니에게 파파라치들이 다가간다. 함께 있던 사촌이 차에서 내려 “제발 떠나달라. 제발 놓아달라”고 애원했지만, 파파라치는 포기하지 않았다. 브리트니는 알려진 대로 우산을 집어들고 파파라치의 차를 수 차례 내리친다.

다큐멘터리엔 문제의 그 파파라치가 등장한다. “파파라치가 그를 자극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였다. ‘오늘만 날 놔둬 달라’고 말한 적은 있어도 ‘평생 날 놔둬 달라’고 말한 적이 없으니, 나 때문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브리트니, 그녀에게 자유를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방송에서 "파파라치들이 당신을 못 괴롭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하며 눈물을 흘렸다./왓챠

브리트니는 법원 심리를 마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간 내가 올린 글들을 보면 내 삶이 꽤 멋져 보였을 것”이라며 “이제 나는 사람들이 내 삶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왜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놀라운 재능과 노력이 브리트니에게 많은 돈과 인기를 안겼지만, 자유와 행복까지 가져다주진 못했다. 그의 고통은 그때나 지금이나 돈벌이가 된다.

[기사보기] 브리트니 스피어스 “내 삶 멋져보였겠지만 전혀 아냐, 괜찮은 척해 미안”

이 다큐멘터리는 후견인 제도를 둘러싼 브리트니와 부친의 다툼을 처음부터 끝까지 브리트니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지만, 그의 명시적인 허락을 받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재기에 나선 브리트니를 ‘피해자’란 또 다른 틀에 가둔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브리트니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 요청이 그녀에게 전달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개요 다큐멘터리 l 미국 l 2021 l 74분

등급 15세 관람가

특징 현재 진행형의 실화 다큐

평점 로튼토마토🍅94% IMDb⭐6.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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