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잊고 있던 여행세포 깨우는 연극 '클럽 베를린'

양은하 기자 2021. 6.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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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오래 쉬면 연애 세포가 죽는다는데 여행도 안 가 버릇하면 가고 싶은 마음이 줄어드는 모양이다.

연극 '클럽 베를린'은 코로나19로 잊고 있었던 여행 세포를 깨우는 연극이다.

2010년부터 여행 연극만 제작해온 극단 플레이위드가 내놓은 다섯 번째 여행연극 레퍼토리로, 작가 겸 배우 박동욱과 배우 전석호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년 독일 베를린과 체코 프라하, 폴란드 크라쿠프 일대를 다녀온 여행기를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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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로 보는 독일 여행기
7월18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
23일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점에서 열린 연극 '클럽 베를린' 오픈리허설.© 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연애를 오래 쉬면 연애 세포가 죽는다는데 여행도 안 가 버릇하면 가고 싶은 마음이 줄어드는 모양이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점에서 개막한 연극 '클럽 베를린'을 보고 나서 떠올렸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이 되어 느끼는 설렘과 긴장이 어떤 것인지를.

연극 '클럽 베를린'은 코로나19로 잊고 있었던 여행 세포를 깨우는 연극이다. 2010년부터 여행 연극만 제작해온 극단 플레이위드가 내놓은 다섯 번째 여행연극 레퍼토리로, 작가 겸 배우 박동욱과 배우 전석호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년 독일 베를린과 체코 프라하, 폴란드 크라쿠프 일대를 다녀온 여행기를 녹였다.

무대는 베를린이 클럽으로 유명하다는 의미에서 클럽 분위기로 꾸몄고 전면에는 여행지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영상에 맞춰 배우 임승범, 김현식까지 더해 4명이 돌아가며 스탠드업 코미디처럼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과 노래, 춤으로 풀어내며 극이 진행된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인디아 블로그', '터키블루스', '인사이드 히말라야' 등 여행 연극을 함께 한 배우들의 호흡이 돋보인다. 한 사람만 운전을 한다는 이유로 다투고,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다르다며 찢어지고, 그러다가도 텅 빈 광장에 앉아 커피 한잔에 연극과 미래에 대해 밤새 수다를 떤다. 축구 유니폼을 입은 독일인에게 왜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이 왜 대한민국에 2대0으로 졌다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을 때는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남의 여행기를 듣는다는 것은 그들의 고민까지 떠안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멀리 떠나도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연극판에서 한길만 걸었는데 연기는 늘 것 같기만 할 뿐 정작 늘지는 않는다거나 BMW를 타는 연극인의 속사정이라든가 끝없이 돌을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에 빗댄 연극인들의 이야기는, 헉헉거리며 열정적이지만 뭔가 엉성한듯한 그들의 퍼포먼스처럼 웃기면서 슬프다.

여행지 영상을 보는 동시에 현재 시점의 소회가 바로바로 곁들여지면서 여행이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측면도 있다. 특히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야기인 유대인 학살이 그렇다. 유대인 수용소에 갇힌 에밀리를 찾는 가상 인물 한스의 독백은 미래를 모르고 무작정 연인을 기다렸을 당시의 수많은 한스를 상상하게 한다. 경제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일과 폴란드의 유대인 희생 추모 방식에 대한 감상도 인상적이다.

이들은 원래 다크투어(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여행)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계획과 달리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 유대인 학살 현장을 여러 곳 찾는다. 가는 곳마다 유대인 희생을 기리는 공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막상 가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일 클럽에서 시작한 연극은 퀴어축제, 혼탕 사우나, 유명 극장에서의 연극 관람을 지나 예상치 못하게 독일의 아픈 역사로 마무리되면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은 어수선함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게 또 그렇다. 계획대로 되는 건 없고, 항상 예상을 벗어난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지 않던가. 공연은 7월18일까지.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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