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무대 오르는 잠룡들

송길호 2021. 6. 2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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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번 주는 유난히 분주할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주요 대선 주자들이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고, 최재형 감사원장은 직(職)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도 있을 예정이다. 드디어 “전언 정치”를 극복하려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자신에 관한 X파일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 정도면 여론의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이렇게 되면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둘러싼 안개의 절반은 걷히는 셈이 된다. 최소한 대선 출마 여부를 본인의 입으로 확인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안개의 나머지 절반은 걷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지율 유지와 관련해 입당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통령제를 하는 국가의 국민들은 대선에서 “안정”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을 보더라도 그렇다. 버니 샌더스는 무소속으로 상원 의원과 하원 의원을 25년이나 지낸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대선에 출마할 때, 민주당에 참여해 경선을 치렀다. 미국의 유권자들 역시 민주, 공화 양당의 후보를 “안정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3 지대 후보가 나온 적은 있어도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양당제의 폐해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더라도, 막상 대선 때가 되면 양당 후보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제 3 지대의 후보가 당선된다면, 해당 당선인은 최소한 2년 동안 야당에 둘러싸여 정치를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정국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이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주장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경우, 이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출마 가능성이 제기될 당시의 탈당 움직임과 바른 정당 때 탈당했던 의원들이 현재 모두 복당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힘 의원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의 재생산을 위해서는 국민의힘에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윤 전 총장이 유력 대권후보라 하더라도 탈당을 해서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윤 전 총장을 계속 지지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입당을 통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일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면, 유권자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퇴도 주목된다. 그런데 최 원장이 감사원장 직에서 물러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원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한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최 원장의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데다가, 대선 출마 시점이 다소 늦은 감이 있기 때문이다. 즉, 최 원장은 국민의힘에 입당을 해야만 인지도를 높이고, 그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최 원장의 장점이란,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에서 볼 수 있듯 “미스터 클린”의 이미지, 현 정권에 대항해 감사 직무를 수행했다는 “반듯한” 이미지, 또한 “뼈 속부터 판사”라는 말을 듣는다는 차원에서 법치주의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가게 하는데 역할을 했던 윤 전 총장과는 달리, 이런 사건들과 무관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부감이 없다는 점 등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 원장 역시 출마를 결심하기만 하면, 상당한 파급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만일 최 원장까지 출마한다면 야권의 대권 구도는 여론의 집중적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구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고 할 때, 지금의 상황이 언제 역전될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대선 정국은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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